센서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수치화해 디지털 신호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센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술력을 확보하면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분야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를 총괄하는 김기남 사장은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겸직하면서 이미지센서·바이오센서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증가하는 이미지센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 11라인 일부를 CIS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IS(CMOS Image Sensor)는 전자제품의 눈역할을 하는 센서로 빛 이미지를 포착해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영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가장 보편적인 CIS의 사용처는 스마트폰이었지만 최근 이 센서의 새로운 수요처로 스마트카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이 구현되기 위해선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차선이나 보행자 등을 영상으로 찍은 후 전자신호로 처리해 감지하는 센서인 CIS는 향후 자율주행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의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아우디·테슬라 등에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엑시노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등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반도체는 센서들이 취합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CIS 외에도 물체의 거리나 속도, 각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감지센서인 레이더(Radio Detection and Ranging)가 있다. 전자기파 대신 빛을 이용해 레이더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까지 관측 가능하게 하는 센서인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등이 자율주행차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핵심 센서다.
문제는 차량용 센서 시장의 장벽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자동차용 반도체기술을 일찌감치 개발해온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CIS의 경우 소니 등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레이더는 미국 반도체 업체 프리스케일과 일본 르네사스, 인텔이 인수한 인피니언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라이다 역시 미국 맥심, 독일 오스람 등 기존 레이저 반도체 강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쉽지 않았던 센서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집중해야 선진국 업체들을 뒤늦게라도 추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데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활용한다면 추격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이오센서다. 지문인식, 홍채인식, 음성인식, 정맥인식 등이 있는데 이런 기술들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국내 업체들도 관련 기술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갤럭시S시리즈의 홍채인식 탑재나 국내 중소기업인 크루셜칩스가 지문인식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게 좋은 사례다.
국내 업체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로 IoT이 꼽힌다. IoT 제품에는 특정 기능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들이 탑재된다. 대표적인 기기로 스마트워치나 온도조절기 등이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로 연결돼 비교적 간단한 기능을 구현하는 제품들이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음성인식 기능이 널리 사용되면서 MEMS(미세전자제어기술) 마이크로폰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능형 스피커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아마존 에코에는 마이크 관련 센서가 7개 탑재됐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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