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업체 골든블루는 지난 19일 자사 제품 '사피루스'가 출시 5년만에 올해 1~9월 판매량 기준 1위에 올랐다는 자료를 냈습니다. 해당 제품은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의 정통 위스키에 비하면 36.5도에 불과한 저도(低度) 위스키입니다. 올들어 사피루스 판매량은 17만 6584상자(상자당 9ℓ), 시장점유율 15.2%로 기존 최강자급인 윈저12(11.78%)나 임페리얼12(7.5%)를 제쳤습니다. 사피루스가 1위에 오르면서 저도 위스키가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9%로 늘었습니다. 술마다 도수가 낮아지고 무알콜 제품까지 등장하는 속에서 위스키 업체도 저도주로 활로를 모색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골든블루측 발표에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요지는 사피루스처럼 12년, 17년 같은 연산이 표시되지 않은 '무연산' 위스키를 연산 제품과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겁니다. 급이 다른 제품이 많이 팔렸을 뿐 '1위 위스키'라는 타이틀은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무연산은 무연산, 연산은 연산 양주끼리 비교해야 한다. 자동차로 치면 모닝과 소나타가 비교 대상인가. 모닝이 많이 팔렸다고 그게 가장 좋은 차인가"라고 반문합니다.
여기에는 무연산 제품에 대한 업계의 불신이 깔려있습니다. 2위로 떨어진 '윈저 12년'의 경우 12라는 숫자는 위스키 원액의 최소 숙성연한이 12년이라는 의미입니다. 술에 함유된 원액이 최소 12년은 됐다는 것이죠. 원액중 극히 일부의 숙성기간이 3년이라면 '윈저 3년'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이 전세계 위스키 업계 룰입니다.
하지만 골든블루는 2012년 제품을 출시하면서 처음부터 연산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숙성연한이 낮기 때문에 굳이 '3년산', '5년산'을 쓰는 것이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신 병을 진한 푸른색으로 해서 디자인을 고급화하는 전략을 썼죠. 사피루스와 한단계 윗 버전인 다이아몬드는 각각 12년산, 17년산과 동급이라며 프리미엄 전략을 써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실제 업소 판매가격도 '사피루스=12년산, 다이아몬드=17년산' 수준입니다. 업계는 이런 전략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위스키 원액의 숙성연한이 다른데 같은 값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더욱이 골든블루 원산지는 위스키 원조인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호주입니다. 스카치 위스키는 40도 이상이어야 하는데 규정에 위배돼 스코틀랜드 내에서 보틀링(병입) 작업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골든블루는 호주 회사에서 병입한 제품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호주는 세계 4대 위스키로 꼽는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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