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롯데백화점의 주문 의뢰를 받고 `평창롱패딩`을 제작한 신성통상이 갑작스러운 세간의 이목을 받자 전 직원에 보낸 메일 공문 중 일부. [사진출처 = 신성통상] |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구스다운점퍼, 일명 '평창롱패딩'을 제작한 신성통상은 '평창 롱패딩 관련 언론사 인터뷰 제한의 건'이라는 메일을 지난 23일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영등포점 등에서 평창롱패딩 판매를 재개한 다음 날이다. 회사는 공문을 통해 최근 관련 뉴스 중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있어 언론사 인터뷰를 제한한다며 ▲평창 롱패딩 관련 인터뷰는 경영 기획팀의 협의 없이 진행불가(마케팅팀 포함) ▲협력 업체 및 주변 지인들을 통한 관련 뉴스 생성도 자제 ▲ 위반 사례 발생시 관련자에 대한 인사조치 검토 예정 등 내용을 담았다.
토종 의류회사인 신성통상은 평창롱패딩 건처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부문과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탑텐' 남성복브랜드 '지오지아' '올젠'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내수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이원화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4월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롯데백화점 의뢰를 받아 제작한 롱패딩이 전국민 호응을 이끌어내자 긴급하게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는 물론 패션업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자칫 '구설수'를 만들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 간 소통은 물론 각 부서의 대외 활동까지 제약을 걸면서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내부 관계자는 "갑자기 평창 롱패딩으로 언론은 물론이고 소비자, 패션 업체 등에서 때아닌 관심이 증가하면서 회사차원에서 조심하자는 압박이 강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실제 회사 내에서는 '평창'이라는 말만 나와도 다들 몸사리는 분위기라는 것. 부서 특성상 진행되는 사업얘기라고 해도 '경영 기획팀의 눈치'와 '인사 조치'라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경직된 업무가 이어진다는 얘기다.
↑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사진 왼쪽)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롱패딩의 가격은 '비정상가의 정상가화'"라며 합리적 가격을 강조한 바 있다. |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사용된 거위털의 재질이나 원산지, 충전량, 패딩 제조 공법 등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특히나 이번 제품(평창 롱패딩)은 유통업체와 손을 잡고 한정판으로 선보였기 때문에 판매수수료가 따로 없어 단가를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둘러 표현했으나 염 회장의 발언으로 기존 브랜드가 그동안 가격을 높게 책정해 판매했다는 소비자 비난이 쏟아지자 아쉬운 속내를 내비친 셈이다.
신성통상은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 인프라를 보유하며 OEM 수출사업의 알짜 회사로 꼽힌다. 그러나 내수 소비심리 위축, 신규 브랜드의 과다 진입으로 인한 동종업계 간의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저하와 매출신장에 고전을 겪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회사는 900원대를 맴도는 동전주였으나 3만개 한정으로 제작한 롱패딩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가가 40%이상 급등하는 등 분위기는 반전됐다. 평창 롱패딩 판매가 재개된 지난 22일에는 장중 한때 1490원까지 치솟으며 전날 기록한 52주 신고가(1470원)를 경신한 바 있다. 이러한 상승세에 힘입어 4분기 매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
신성통상 경영기획팀은 해당 건에 대해 "평창롱패딩으로 갑작스럽게 세간의 이목이 쏠리면서 부정확한 정보가 유출되고 양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보도 채널을 일원화하자는 의미였다"면서 "위반자의 경우 인사조치를 한다거나 불이익 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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