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피로 높은 전압 낸다` 전기뱀장어 빼닮은 에너지 발생기 나와

↑ 전기뱀장어를 모사한 고전압 나노유체 에너지 발생기 [자료제공 =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전기뱀장어가 전기를 만드는 원리와 구조를 꼭 빼닮은 고전압 에너지 발생기를 만들었다. 작은 부피에서도 높은 전압을 내 향후 마이크로·나노 로봇 등의 전력 공급에 활용될 수 있다.
20일 한국연구재단은 박정열 서강대·최은표 전남대 교수 연구팀은 전기뱀장어와 세포의 크기, 간격 등 구조가 유사한 극소 고전압 에너지 발생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자연 상태에서 최적화된 발전 구조를 그대로 모방해 효율적이고 청정한 에너지 공급원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전기뱀장어 전기발생세포(electrocyte)의 직렬연결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농도차에 따른 이온 이동을 통해 약 600V 전압을 발생시키는 뱀장어가 모델이 됐다. 그 동안 이온 농도 차를 이용한 발전은 오염물질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 전압이 매우 낮아 실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양이온이나 음이온 교환막 한 개만 사용하는 제작상 한계 때문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양이온 또는 음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교환막을 직렬로 연결하고, 그 사이에 이온 농도 차를 발생시켜 1V 정도의 높은 전압을 얻는 데 성공했다. 20개의 세포를 직렬 연결했을 때 1V 전압을 얻었으니, 직렬 연결수를 늘리면 출력 전압도 증폭될 수 있다.
이 같은 에너지 발생기는 세포의 크기부터 간격까지 전기뱀장어와 흡사하게 만들어졌다. 이온 교환막 사이 거리는 전기뱀장어의 전기발생 세포막 사이 거리와 비슷한 약 80㎚로 조율했으며, 세포 하나당 발생하는 전압도 전기뱀장어 세포에서 생성되는 전압과 150㎷로 유사했다.
인체에서 이온 농도차가 발생하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해당 기술은 체내 이온을 이용한 에너지 공급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열 교수는 "아직 기초연구 단계기는 하지만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나 마이크로·나노 로봇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발전하면 이온 농도차가 존재하는 땀이나 피, 소변 등 체액을 통해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나노에너지'(Nano Energy) 1일 자에 실렸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