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때 돈이 없어서 C급 상권에서 음식점을 시작했습니다. 돌파구로 24시간 운영을 선택했는데, 24시간 운영하다보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요. 정부에서 근로시간을 법으로 규정해놓을 게 아니라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처한 현실에 맞게 근로시간을 운영하도록 다각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요식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
"일본에서 작은 점포들은 카드를 내면 결제를 안 해줍니다. 세수확보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에게는 카드 수수료를 내는 게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카드 결제 세 번 거절하면 세무서에서 벌금통지서가 날아옵니다. 정부에서 카드수수료를 인하해줘야 합니다." (25년간 시장에서 과자점을 운영하는 상인)
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원 영동시장 28청춘 청년몰에서 개최한 '나와라!중기부, 소상공인에게 듣겠습니다' 행사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번 행사는 중기부가 지난 5월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경청투어'의 두 번째 행사로,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소상공인을 직접 만나 정부에 대한 쓴 소리를 직접 듣고자 마련됐다. 행사에 참석한 소상공인들은 홍 장관과 정부에 하고 싶은 말,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자유롭게 말했다. 행사장에는 소상공인과 청년몰에 입주한 청년상인과 예비창업자, 소상공인 협동조합 대표, 시장상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전에서 요식업체 3곳을 경영 중이라고 밝힌 한 청년 사업가는 "음식점을 24시간 운영하면서 직원을 구하는 게 어려워서 정부 지원 정책을 살펴봤는데, 야간에 장사하는 상인들을 위한 지원책은 단 한 개도 없었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라고 근로시간을 법으로 규정해놓을 게 아니라 경영환경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대형 쇼핑몰 출점 제한 등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봉필규 경기도상인연합회장은 "경기도에 대형마트, 대형 쇼핑몰이 총 222곳, 서울에는 142개 있는데 지금도 물밀 듯이 생겨나고 있다"며 "총량제를 도입해서 골목상권이 살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막걸리 값이라도 벌겠다며 하루 종일 일하는 노인 상인들이 많은데, 시장 상권이 죽으면 이 분들이 일을 못하게 되고 이는 다시 정부의 사회적 비용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에서 올라온 한 청년 사업가는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창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청년들을 골라서 지원해주는 정책으로 방향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원 대상을 선발할 때 심사위원으로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주로 배석하는데, 현장 경험을 지닌 청년 창업가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개선 정책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상인은 "전통시장에 있는 상점 개수가 700개 이상이면 정부에서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주고 700개 미만이면 지원 금액이 적은데 왜 기준을 꼭 700개로 삼아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질의했다. 이에 이호현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일환으로 시장 상점 개수가 700개 이상이면 최대 110억원, 700개 미만이면 최대 80억원까지 지원해주는데 700개를 기준으로 삼은 이유가 뭔지 평가해보겠다"고 답했다.
수원에서 나들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청소년한테 담배나 술 등을 판매한 사실이 걸리면 행정처분을 받는다"며 "시중에서 3만~5만원만 내면 신분증 위조가 가능한데,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위조해서 담배나 술 등을 구입하지만, 점주들은 신분증 위조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홍 장관과 김병근 소상공인정책실장 등 실무자들은 참석자들의 발언 하나 하나를 모두 경청한 후 중기부가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정책에 반영하고 다른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끝까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 전 과정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됐고 행사장에 오지 못한 사람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발언하는 등 SNS를 통한 행사 참여도 이뤄졌다.
홍 장관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현장 민심을 살피고 정책에 반영할 부분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앞으로도 장관과 간부진이 정책대상을 직접 찾아가 무엇이든 듣고 끝까지 해결해 나가는 소통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 영동시장 28청춘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기부와 경기도가 협업해서 영동시장 내 공실률이 높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지난해 7월 개관한 쇼핑몰이다. 만 39세 미만의 청년만 입주 가능하며, 보증금과 임차료 없이 5년 동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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