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3명 오는 집들이에, 와 줘서 고맙다는 선물을 1천300개나 준비한다면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겠죠.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딱 그러고 있습니다.
정주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부산 문현동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 건설 보증을 서고 주택도시기금을 운용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입수한 정기 주주총회 기념품 목록을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11만 원짜리 화장품이나 전기면도기 등의 기념품 개수가 실제 참석한 주주보다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2014년엔 기념품 500개를 준비했는데 참여한 주주는 28명.
이듬해 기념품은 1천 개를 넘었지만, 참석 주주는 10명이 안 되는 현상마저 빚어졌고 올해는 3명 참석에 기념품은 1천300개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3천만 원어치 냄비 세트 600개가 한 개도 빠짐없이 직원들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등 남은 기념품을 직원끼리 나눠갖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공사 측은 "잔여분은 고객 홍보 사은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를 직원들에게 배부했다"며 "향후에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5년간 주총 기념품 구입에 들어간 예산은 3억 원이 넘습니다.
▶ 인터뷰 : 김석기 / 자유한국당 의원
- "주주총회 기념품 예산이 사실상 직원용 선물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공기업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토교통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연봉 8천200만 원에 안정적 근무 여건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N뉴스 정주영입니다. [jaljalaram@mbn.co.kr]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정운호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