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아니라고?' 아파트단지 사망사고 늘어도 '무방비'

【 앵커멘트 】
아파트단지 안은 도로가 아닌 곳으로 분류돼 난폭운전을 해도 단속이나 처벌이 어렵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지난해 다섯살 아이가 아파트 횡단보도에서 숨지는 등 사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아파트단지 안의 횡단보도, 천천히 걷고 있는 보행자를 향해 차량이 그대로 돌진합니다.

통학버스를 앞지르려다 아이를 들이받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던 차는 갑자기 나타난 아이를 피할 틈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정현정 / 서울 잠실동
- "아이들이 뛰어나가는데 차가 빨리 달려들고 주차장 입구에서 빨리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한 보험사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교통사고 6건 중 1건은 도로로 분류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 증가율은 12%가 넘고, 일반도로와 달리 사망자도 늘어났습니다.

▶ 스탠딩 : 이기종 / 기자
- "대학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도 이렇게 중앙선과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규를 위반해도 단속이나 처벌이 어려운 형식적인 시설물에 불과합니다."

음주나 뺑소니가 아닌 한 과속, 중앙선 침범 같은 난폭운전을 해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대전의 아파트 횡단보도에서 다섯 살 아이가 숨진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개선을 약속했지만 관리 규정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전문가들은 도로교통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10여 개에 달하는 관련 법 개정안은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 [ mbnlkj@gmail.com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