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회복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때 이른 얘긴 것 같습니다.
문을 닫거나 쉬는 소상공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진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호진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신림동에 있는 재래시장 앞입니다.
일주일 전부터 골목과 골목 사이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슈퍼마켓이 잇따라 들어섰습니다.
수만 가구가 밀집해 있는 주택가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을 노린 것입니다.
▶ 인터뷰 : 대기업 운영 대형슈퍼마켓 점장
- "하나의 틈새시장이라고 보시면 돼요. 재래시장 옆이 안 될 것 같지만, 그 옆에 갖다 놓으면 또 돼요. (아, 그럼 여기 1만 가구를 보고 장사를 하면 분명히 된다.) 예. (목이 좋은 편이다?) 예."
대형슈퍼마켓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구멍가게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 자리에서 20년이 넘도록 장사를 했지만, 단골도 대부분 떠나고 하루 매출은 벌써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 인터뷰 : 20년 슈퍼마켓 운영
- "저기(대형슈퍼마켓에) 한 번 들어가 보셔 봐. 다양하게 있어, 뭣이 됐든지 간에.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무래도 한 번 가서 사고, 사다 보면 (우리한테) 미안하니까 저기 가서 하나 샀는데 여기서 또 사겠어. 여기서 못 사지 이제."
대형슈퍼마켓이 할인행사 명목으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통에 어쩔 수 없는 출혈경쟁도 시작됐습니다.
▶ 인터뷰 : 재래시장 내 슈퍼마켓 사장
- "가격경쟁 붙을 수밖에 없죠. 대기업들이 들어오면 자기네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깜짝 놀랄 가격에 일단 팔고 본단 말이죠. 사람 끌어들이려고…. 근데, 그 순간에 다 무너지는 거죠."
불황에 이처럼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까지 겹치면서 지난 3개월 사이 전국적으로 자영업자 50여만 명이 문을 닫았습니다.
근근이 버티는 가게들조차 10곳 중 6곳은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 인터뷰 : 신근식 / 전국상인연합회장
- "중소상인, 즉 재래시장과 슈퍼마켓, 소상공인을 위한 유통정책을 조금이라도 뒤돌아봤더라면 오늘날 같은 위기가 오지 않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소상공인들은 일단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규제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만 유달리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 스탠딩 : 윤호진 / 기자
- "재래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이 서둘러 서비스를 개선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대기업의 물량공세 앞에 당장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mbn뉴스 윤호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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