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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중국 배우 탕웨이는 여전했다. 현빈과 함께 한 영화 ‘만추’로 한국을 찾았을 때처럼 미소는 아름다웠고,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지적이며 유쾌하기도 했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진가신 감독의 ‘무협’을 들고 금성무와 함께 온 탕웨이. 그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현빈과 관련한 질문에 인색하지 않았다. “물어볼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며 달관의 경지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그는 “올 때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고, 느끼지 못한 것들이 마음속으로 들어 온다”며 “몰랐던 한국과 사람들이 좀 더 자세히 보이며 한국을 더 알게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번 방문 때 못 가본 돼지갈비 집도 가고 저번에 먹지 않은 종류의 막걸리도 마시며 조금씩 새로운 것을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도 하며 특유의 미소를 날렸다.
이제는 한국 팬들의 호응도 높고, 광고에도 출연해 한국 여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하자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수줍어했다.
“여러분들이 응원을 해주니 앞으로 더 많은 한국영화에 출연하면서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웃음) 중국 영화 같은 경우는 발전 속도 굉장히 빠르다보니 상업성, 오락성으로만 치우쳐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한국영화는 자신만의 색깔을 잘 보전하는 것 같아서 계속 출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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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이고 몸을 좀 더 사용하는 액션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을까.
“물론 그런 역할의 여자를 더 하고 싶었죠. 하지만 배우들은 선택할 여지가 없어요. 시나리오가 앞에 있을 때 그것만 따라서 충실히 연기하는 게 배우의 본분이죠. 배우들이 자기가 생각한 것을 고집 부리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쓴 작가의 상상력과 감독의 상상력, 배우의 해석이 더해졌을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근대극이 아닌 사극에 처음 출연한 것 같다고 하자 아니란다. 대학교 들어가기 전, 엑스트라로 사극에 출연했던 적이 있다고 깜짝 고백했다.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건 처음인데요. 부자집 딸이었는데 물에 빠져 죽는 역할로 나온 적이 있어요. 뭔가 폭로된 것 같네요.”(웃음)
공교롭게도 ‘색, 계’, ‘만추’에 이어 이번에도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사는 여인들을 연기했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하자 “불행한 여자들은 어떨까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내 “농담”이라고 정정했다. 그는 “행복한 사람은 다 좋아 보이고 한층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층층이 사연이 있다”며 “그 많은 사연들을 곱씹을 때마다 캐릭터에 그 맛이 깊게 나오는 것 같다. 한 번 연기를 해보니 뭔가 많이 들어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협’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손가락을 꼽으며 5가지 이유를 댔다. ▲시골 여인인데 시골 같지 않은 점 ▲두 아이 엄마인데 엄마 같지 않은 점 ▲진가신 감독의 영화라는 점 ▲견자단과 금성무라는 배우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금성무와 연기하는 건 딱 한 신밖에 없었는데 한 신이라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금성무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배우들은 카메라가 자기에게 있을 때는 몰입하지만 다른 배우들에게 갔을 때는 쉬는데 금성무씨는 계속 몰입해 있어요. 제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몰입돼 있더라고요.”
탕웨이는 “한국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은 것이 많았다”며 “하지만 ‘만추’ 때처럼 또 한 번 내게 적합한 캐릭터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현빈의 질문을 다른 질문으로 대체하려면 다른 한국 배우와 어서 빨리 작업하는 게 좋겠다고 하자 “리스트를 적어 보내달라”고 웃었다.
“저는 두 문화가 함께 하면 상상도 못할 것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짜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정말 각기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들이 통했을 때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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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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