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은 6일 자정부터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연출 윤성현, 이하 라천)을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라천’ 첫 방송(2008. 4. 21) 오프닝 멘트로 이날 방송 문을 연 유희열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방송을 시작했다. “오빠 잊어, 오빠 낙엽이야” 등 특유의 재치 있는 멘트로 유쾌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 했지만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선 정든 청취자들과의 이별을 앞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날 방송은 ‘라천’ 특유의 정서를 고스란히 살린 선곡으로 채워졌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 OST ‘Glide’를 비롯해 페퍼톤스 ‘Everything is OK’, 옥수사진관 ‘푸른 날’, Pupa ‘How’, 제이 ‘눈부신 날에’, 윤상 ‘영원 속에’, 손예진 ‘고마워’에 이어 토이의 ‘You’ 등 타 프로그램에선 흔히 들을 수 없지만 ‘라천’에선 종종 들을 수 있던 곡들이 전파를 탔다.
특히 지난 달 27일 열린 ‘라천’ 공개방송 ‘Thank you’에서 유희열이 게스트들과 함께 부른 곡이 오프닝곡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날 선곡에 대해 청취자들은 트위터 등 SNS와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눈물이 주룩주룩” “미친 선곡” “울리려 작정 했군요” 등의 의견을 쏟아내며 아쉬워했다.
방송 말미 유희열은 “‘라천’을 처음 시작할 땐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렇게 되고 보니,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기존 진행했던 ‘음악도시’ ‘올댓뮤직’ 보다) 제일 좋았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유희열은 3년 반 동안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준 스태프 및 게스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들의 젊음의 페이지는 여기서 한 페이지 덮겠다. 다음에 다른 책을 갖고 올테니 다시 만나자. 너무 변해있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유희열은 마지막 인사를 남긴 뒤에도 계속 DJ석에 앉아 쏟아지는 청취자 사연이 담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등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희열의 ‘라천’은 획일화된 음악 패턴에 소외된 청취자들에게 시, 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곡을 소개함으로써 음악 팬들에게는 듣는 즐거움을, 뮤지션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했다. 진정한 의미의 DJ(Disk Jockey)가 주인장인 프로그램이던 것.
DJ 유희열은 특유의 솔직하고 재기발랄한 입담을 바탕으로 한 ‘감성 변태’ 코드로 청취자들을 열광케 했지만, 유희열이라는 DJ의 강점은 음악과 함께 하는, 수월한 듯 철두철미한 ‘현재 진행형’ 뮤지션의 행보 그 자체에 있었다.
방송을 놓치기라도 하면 자칫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패밀리적 성향이 강했던 ‘라천’은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을 끝으로 라디오 세대의 한 페이지를 마감하게 됐다. 팬들로서 유일하게 위로가 될 만한 일은 ‘라천’ 종영과 토이 7집을 맞바꾼 셈이라는 점이다.
유희열은 향후 토이 7집 음반을 준비하며 뮤지션 본연의 활동에 매진할 예정이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은 예정대로 맡는다. ‘라디오 천국’ 후속으로 7일 자정부터 최강희의 ‘야간비행’이 청취자들을 찾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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