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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봉한 영화 ‘간기남’에서 주인공들이 보여준 매력은 기대 이상이다. 영화를 보기 전, 첫인상은 ‘어떤 영화일까?’라는 호기심이라기보다 ‘제목이 도대체 왜 이래?’라는 의심을 더 들게 만든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은 알겠는데 ‘간기남’이라니…. 제목을 늘여 쓰면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경찰’이다. ‘단순한 치정 수사극인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출연배우들이 각자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충분히 흥미를 돋운다.
간통전문 형사 강선우(박희순)와 남편을 잃은 팜파탈 김수진(박시연)이 얽히고설켜 기본 바탕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선우는 정직 중인 형사다. 지적 능력이 떨어져 보이지만 천재적인 계산 능력을 가진 최기풍(이광수)과 함께 간통한 배우자의 현장을 잡는 흥신소를 운영한다. 복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선우에게 또 다른 의뢰가 들어온다. 김수진(백윤재)이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핀다며 사건을 의뢰했고 선우는 이를 받아들인다.
모텔에서 현장만 덮치면 됐는데 선우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맥주에 쥐약인 선우는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사건을 의뢰한 수진은 죽었고, 수진이 남편이라고 한 자도 옆방에서 사망해있다.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리는 또 다른 김수진(박시연)은 자기가 남자의 부인이라고 해 선우를 혼란에 빠뜨린다. 간통 사건은 어느새 살인사건으로 변해 선우는 용의자가 되고 위험에 처한다. 어쩔 수 없이 직접 나서 범인을 찾아야 하는 그의 삶이 기구하다. 그는 과연 진짜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단순하고 빤하기보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궁금증과 함께 ‘왜?’라는 의문이 뇌리에 계속 박혀있다. 진지한 스릴러이다가도 가벼운 코미디 영화 같은 요소가 풍부하다. 박희순과 김정태, 이광수가 골고루 영화의 맛을 내려 애썼다. 박시연의 노출 연기 역시 이 영화의 소구점이기도 하다.
수진을 연기한 박시연에 눈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가슴 노출을 감행하는 등 수위 높은 신을 꽤 된다. 그의 출연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강렬하다. 그윽한 눈빛과 엷은 미소, 특히나 선이 뚜렷한 아름다운 몸매가 남녀 관객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박희순은 형사로서의 남성미가 오롯이 전해지고, 웃음을 터지게 할 때는 장난꾸러기 아이 같다. 전작 ‘가비’에서 고뇌에 찬 고종 황제를 제대로 연기한 그는 이번에는 진지하기만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신은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연속해서 제공한다.
선우의 동료를 연기한 김정태는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고, 이광수도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특히 이광수는 ‘제2의 숀 펜’이라 할 정도로 천재와 바보 사이를 오가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영화는 밋밋한 맛을 내 아쉽다. 좀 더 자극적인 맛으로 관객을 홀렸다면 좋았을 것 같다. 박시연의 육체로 인한 자극과 더불어 스릴러의 묘미가 더 있었다면 좀 더 관심을 끌었을 내용이다. 박시연이 시각적으로 짜릿함을 준 건 맞지만, 조금 더 독한 캐릭터로 나왔다면 관객이 더 많은 마른 침을 삼키지 않았을까.
선우의 부인인 혜
영화 ‘용서는 없다’(2009)로 데뷔한 김형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117분. 청소년관람불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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