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그는 언론고시 준비생들에겐 전설로 통한다. 2003년 YTN 앵커로 데뷔한 뒤 2006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고, 당시 조선일보와 YTN을 한 번에 합격하는 화려한 이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국어에 모두 능통한 것은 물론, 집안 또한 훈훈해 엄친아로 부러움과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올해로 서른 여섯. 특유의 어설픈 독설로 ‘국민 밉상’으로 떠오른 그였지만, 사실 KBS 내에서는 급한 불을 끄러 달려가는 ‘KBS 119 소방관’으로 통한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연애할 틈도 없다며 엄살이지만, 매의 눈을 가진 여성들이 이 남자를 가만 둘 리 없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결혼 생각을 특별히 해 본 적이 없는 건 일에 대한 욕심이 너무 큰 탓이죠. 완전한 워커홀릭 상태라고 해야 할까요? 온통 일에 대한 생각 뿐이에요. 저만의 길을 더 탄탄하게 구축하고 지금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고민이 많죠.”
음주가무에 도가 텄을 것 같지만 뜻밖에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단다. “사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에 혼자 돌아올 때면 물론 외로울 때도 있다”고 고독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집에서 강아지랑 놀고 드라마 보면서 쉬고…평범한 휴식을 취하다 보면 금방 외로움을 까먹는 것 같다. 알고 보면 굉장히 건실한 남자”라고 은근 자랑이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물음표로 남아있는 박은영 아나운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두 사람은 방송가에서 불가사의 한 열애설의 주인공으로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도대체 진실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남자, “그냥 애매한 상태로 놔두자. 재미있지 않냐?”며 이번에도 즉답을 피한다.
‘해피투게더’, ‘도전 골든벨’, ‘승승장구’, ‘남자의 자격’, ‘1박2일(시청자투어)’, ‘시크릿’, ‘명, 받았습니다’, ‘비타민’, ‘생생정보통’…. KBS 예능은 전현무 없이 안 돌아가나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예능인과 아나운서의 중간 형태를 장기간 유지해 오다 보니 장기적인 플랜과 보다 확고한 정체성 확립도 필요할 듯 했다.
“첫 예능 신고식과도 같았던 ‘해피투게더’에서 ‘7단 고음’을 했을 때 어떤 시청자가 ‘당신 덕에 우울증을 고쳤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10년간 한 번도 웃지 않았는데 저의 어설픈 ‘7단 고음’에 빵 터졌다는 거죠. 그때 어떤 떨림과 뭉클함을 느꼈어요. 누군가 나로 인해 웃고, 희망을 얻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죠.”
그의 눈빛이 한층 진지해졌다. 브라운관을 통해 본 ‘밉상’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었다.
“어떤 예능인이나 자신만의 히트작이 있어요. 저는 ‘루시퍼’죠. 큭큭. 전 국민을 웃겼다는 자부심, 뿌듯함 같은 걸 느끼고 예능에 대한 애정이 커졌죠.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그런 웃음을 전해주는 예능인을 보면서 자랐는데 이젠 내가 그걸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날아갈 것 같아요.”
“안정적인 길을 가는 가수 보다는 조금 위험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궁극적으로는 ‘국민 MC’ 까지는 아니어도 아주 오랜 기간 편안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섭렵할 수 있는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뉴스 형식에 관심이 없는 것이죠. 아직 앵커를 할 정도로 세상에 대한 식견도 없고요. 그런데 왜 제가 처음부터 언론인의 길을 걸어왔겠어요. 예능과 뉴스가 결합된 일종의 ‘뉴스쇼’를 언젠가 꼭 하고 싶어요. 뉴스가 딱딱하고 도식화 될 필요는 없잖아요. 농담도 할 수 있고, 진지할 땐 진지해야 겠지만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면 좋겠어요. 교양국과 보도국이 분업하는 형태가 아닌 협업하는 형태의 업그레이드 판 ‘생생정보통’ 이라고 할까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나운서 출신의 예능인, 사실 이전까지 사례를 봤을 때 그 길은 분명 쉬운 길이 아니다. 한 가지 캐릭터, 능력만으론 살아남기엔 예능계는 굉장히 치열한 경쟁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의 ‘밉상’ 캐릭터를 넘어 다양한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아나테이너’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 아직도 꿈이 많아요. 사실 김태원 형이 ‘밉상송’을 준다고 했어요. 몇몇 스타 작곡가의 제의도 있었고요. 우리 모두 웃어 넘겼죠. 근데 요즘 정현돈씨를 보니 용기가 생기네요. 세상이 점점 변하고 있구나, 가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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