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는 금방이라도 눈물 한방울을 ‘톡’ 하고 떨어뜨릴 표정이었다. 고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해봤을 것 같은 인형 같은 외모. 그런 그녀가 끼와 운이 없다니? 의외의 답이었다.
조윤희는 “딱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죠”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내 몸에 맞지 않는 캐릭터들을 소화하면서 항상 준비가 덜 됐다고 느꼈다. ‘평생 작은 역할만 하며 지내는 건 아닐까’불안했다”고 했다.
조윤희는 2002년 시트콤 오렌지로 데뷔해 MBC ‘천생연분’에서 여신 미모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스포트라이트’, ‘열혈장사꾼’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오다 일일극 ‘황금물고기’를 통해 첫 주연을 꿰찼다.
“첫 주연인 ‘황금 물고기’의 경우, 욕심은 많았지만 준비가 덜 돼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스스로 힘든 순간이 너무 많았고 자신감도 떨어졌죠. 내 성향과 잘 맡는 캐릭터를 만난 적이 없어 부담감도 컸고요.”
그는 “가장 큰 문제는 꿈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연예계 입성했지만 특별히 배우에 대한 진한 열정 같은 게 부족했다.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었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 연예계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줄곧 진지하던 그의 눈이 처음으로 반달이 됐다. 가슴이 벅찬 듯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며 “그 때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왔다. 바로 ‘넝굴당’ 이숙이를 만난 것”이라고 했다.
“남들은 털털한 이숙이가 저와 잘 맞을까 걱정했지만 전 어떤 캐릭터보다도 편안하고 마음에 들었어요.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면서 하루 하루가 배움의 연속이었고, 촬영 현장은 진짜 가족처럼 포근했어요. 내 안의 열정, 의지 같은 게 솟아올랐고 어느 새 저도 모르게 연기를 즐기면서 하고 있었어요.(웃음)”
‘넝굴당’ 이숙이의 순수한 웃음이다. 이제 막 진짜 배우의 날개 짓을 시작한 그였다. 그는 “아직은 미숙한 점이 많아 제가 잘 할 수 있는 연기부터 보여드리고 싶다”며 “악역 등 너무 센 역은 아직 좀 이른 것 같다.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 점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고 했다.
“실제로 ‘방이숙’을 연기하면서 굉장히 밝아졌어요. 연기 할 때 자신감도 붙었고요. 무엇보다 선배들이 서로 챙기고,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스태프들과 의견을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작은 대기실 안에 그 많은 선배들이 다 계신 게 처음엔 부담됐는데…그게 모두 공부가 됐죠. 이젠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가족 같아요. 또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사진 팽현준 기자 kiki2022@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