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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7일자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2위에 올라 아시아권 가수로는 1963년 이후 50년 만에 최고기록을 세웠다. 다음주 빌보드 1위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상승세다.
싸이의 성공 배경에 대한 숱한 분석들 중 비교적 가장 정확하고 본인 역시도 인정하는 것은 유튜브다. ‘강남스타일’의 코믹한 분위기는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며 티페인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트위터를 통해 파급력을 높였다. 현재 까지 ‘강남스타일’ 조회수는 3억 가량 된다.
하지만 ‘유튜브를 타고 운 좋게 터졌다’고만 설명할 문제는 아니다. 특히 우리가 ‘제2의 싸이’를 기대하고 있다면 단순히 요행에 기댈 수 없는 노릇이다.
싸이의 성공은 K-팝의 성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 우리 가요제작 시스템이 갖지 못한 2%를 돌이켜 보게 한다. 지금까지 미국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세븐, 보아, 비, 원더걸스 등은 국내 톱 수준의 가수들이지만 미국 시장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했다.
이들에게 부족했던 것과 싸이가 가진 것의 결정적인 차이는 강력한 오리지널리티다. ‘강남스타일’에는 싸이가 지난 12년간 만들어온 자신만의 고유한 캐릭터와 음악적 색깔,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싸이는 데뷔 당시부터 B급 문화의 아이콘 이었다. 어딘가 소위 싼티가 나는 그의 스타일은 2001년 데뷔곡 ‘새’에서 ‘강남스타일’까지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는 싸이 스스로가 밝힌 ‘펀 바이 뮤직’(Fun by music 음악 주는 즐거움)이라는 그만의 철학에서 비롯한다.
선명한 음악철학은 그가 직접 작곡 작사한 멜로디와 랩 가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멜로디를 쉽고 간결하게 랩을 선명하게 풀어낸다. 가사 내용은 대부분 신나고 경쾌하게, 때로는 성적인 내용의 19금 가사들과 욕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B급 정서를 재기발랄하게 표현해 온 것. B급 정서를 바탕으로 최대치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싸이 고유의 전략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리 대중음악은 팝 음악을 모방하면서 형성돼 왔다. 장르, 사용하는 악기, 작법까지도 고스란히 따라해 왔다.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가수은 '한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시아의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수식어가 달렸다. 하지만 싸이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있어다. 그들에게 익숙한 형식의 음악을 만들지만 결코 같지 않은, 즉 싸이 만의 음악이라는 것.
미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를 레퍼런스로 해 곡을 만들고 히트를 시키는 현재의 가요 제작 시스템에 기대있다면 제2의 싸이를 탄생시킨 다는 건 영영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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