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아이러니하게 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다. 싸이와 YG의 관계는 일반적인 전속계약 관계가 아니다. YG가 싸이를 영입한 것은 코스닥 상장 전 매출규모 확대와 수익구도 다각화를 위한 역할이 전부. 싸이는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YG라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의 우산아래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기를 바라는 정도였다. 상호 이 같은 최소의 니즈만 있었기에 싸이와 YG의 활동은 다소 별개의 영역에서 이뤄졌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싸이의 이번 새 앨범 ‘싸이 6甲’에 YG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앨범 구상이나 기획, 전체 프로모션, 공연 등이 YG 주도하에 이뤄진 것이라기 보다는 싸이와 싸이가 YG에 들어가며 함께 한 매니저들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싸이가 지상파에서 SBS에만 출연할 수 밖에 없었던 건 KBS MBC 등 타 방송사와 YG의 관계가 껄끄러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는 싸이에게 손해기도 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싸이의 해외 기적적인 소식들을 전해오자 YG가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초 미국 활동은 스쿠터 브라운과 세계적인 유통사인 유니버셜이 주도 하는 바, YG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싸이의 해외 활동과 전혀 무관한 YG가 자사의 코스닥 그래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보이는가다. 싸이가 해외 활동에 주력할 경우 YG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돼 보일 수 밖에 없고 실제 싸이를 통한 매출 역시 규모가 작아질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곧바로 YG 주가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YG 입장에서는 싸이의 활동에 꾸준히 관여를 해야 하고 이는 자칫 싸이의 해외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두 번째 리스크는 싸이 고유의 캐릭터에서 기인한다. 싸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언급했듯 스스로를 ‘B급 문화’라고 부른다. 물론 이는 어느정도 특정한 사회적 문화적 금기와 타부를 넘으려는 진취적인 아티스트적 성향을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특정한 행동에서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요소다.
싸이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월드스타’라는 칭호와 함께 자신에게 부과되는 엄정한 도덕적 잣대에 대해 “적당히 모범적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같은 일은 지난 4일 시청 광장 10만명 앞에서 펼쳐진 싸이의 공연에서 수면에 떠올랐다.
싸이가 공연 말미 소주병을 병째 들이마시는 퍼포먼스를 보인 것에 일부 팬들이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
싸이의 팬들이 모인 단독공연이나 대학 축제에서 종종 해오던 퍼포먼스였고 지금까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이날 공연에서 지적된 것은 싸이에게 부과된 높은 도덕적 기준의 결과다. 우리 국민 역시 싸이의 행동에 대해 어느정도는 ’글로벌 스탠다드’ 한 기준에서 포용력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가수가 공연장에서 술을 마신다거나 또는 심지어 육두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도 아니다.
기실 싸이가 직접 느끼는 부담들, 미국에서 두 번째 싱글이나 신곡 등은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싸이의 새로운 곡이 또 한번 사랑을 받던 그렇지 않던 싸이는 이미 충분히 기적 같은 일을 이뤄냈고 설령 새로운 노래가 ‘강남스타일’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싸이의 음악인생 전체에 리스크는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미 반짝 하고 사라질 노래의 수준을 넘어선지도 오래기도 하고 싸이라는 가수가 12년간 쌓아온 내공이 한곡 때문에 무너질리도 없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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