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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는 학교 내 미성년자 성폭행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느 평범한 엄마의 복수극을 그렸다.
피해자가 있으면 응당 가해자도 있는 법. 피해자가 불쌍할수록 가해자는 더욱 더 고약하다. 영화 속에서 가해자는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고도 죄책감을 갖기는커녕, 피해 여학생의 비극이 자신들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파렴치한으로 묘사된다.
시쳇말로 막장 중의 막장이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재차 떠올리면 가해자에 대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바로 그 문제적 인물, ‘돈 크라이 마미’를 통해 가히 교복 연기의 ‘끝판왕’을 선보인 권현상(31)을 만났다.
“캐릭터가 세도 너무 셌다”는 말애 그는 “그쵸. 세죠”라며 허허 웃었다. “개인적으로 악역을 많이 해봤는데 역대 최고의 고등학생인 것 같아요. 진정 고등학생의 ‘끝’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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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성폭력. 그것도 미성년자가 동급생을 상대로 한 강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참으로 예민한 소재에, 예민한 캐릭터다. 누구라도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터. 그 또한 망설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솔직히 좀 고민 했어요. 사회문제 그것도 굉장히 예민한 소재를 다룬 영화에서 가해자 역할이다 보니, 너무 센 게 아닌가 고민이 됐죠.”
다시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점 또한 “학생 이미지를 굳히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그를 망설이게 한 요소였다. 하지만 수없는 고민에도 ‘돈 크라이 마미’를 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캐릭터였다.
“어떤 영화 속에도 악역은 있잖아요. 굉장히 센 역할이라는 게 배우로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쁨 놈을 연기한다는 것, 그 부분이 제일 크게 작용했어요.”
악역을 연기한 많은 배우들은 대체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로는 악역이 아니다”고 말하곤 한다. 권현상의 경우, 차마 악역이 아니라고 할 순 없어 보였지만 박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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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고생으로 분한 남보라에 대해 묻자 미안함을 제일 먼저 얘기했다. “보라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괜히 측은한 마음도 들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기도 했고요. 보라가 많이 울었는데 정말 나 때문에 운 건가 싶을 때도 있었고... 일부러 보라 옆에는 잘 가지 않았고 말도 잘 안 걸었어요.”
하지만 권현상은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제 3자 입장으로 마음이 울렁거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잡념은 다 버리고 오직 캐릭터만 생각했다. “적당히 나빠선 안 되는 거였거든요. 보여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나쁘게 했어요. 역할 자체는 나쁘지만 관객들이 저를 정말 나쁘게 봤다면 만족스러운 거죠.”
그렇지만 그는 “연기는 연기일 뿐인데 혹시라도 배우로 안 봐주시고 실제로도 나쁜 놈으로 봐주시면 서운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자신의 첫인상을 무뚝뚝하거나 차가운 이미지로 보는 사람들에게 그는 100% 오해라고 해명했다.
“제 인상이 그렇게 센가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웃음) 무표정하게 있으면 가끔 오해하는 분들이 계세요. 기분 안 좋냐, 화 나 보인고 하시는데, 그렇지 않은데, 실제로는 웃음도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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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졌다시피 권현상은 영화감독 임권택, 탤런트 채령 부부 사이 둘째 아들이다. ‘임권택 아들’이라는 말이 제일 부담된다는 그였지만 학창시절 이야기에 부모님 얘기가 빠질 순 없었다.
“실제 반항아는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엄하셨기 때문에 반항을 해도 소심한 반항 정도? 어려선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점점 커가면서는 스스로 통제하게 됐죠. 저 스스로 주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게 있었거든요.”
살면서 해 본 최고의 일탈 행위가 무엇이었는지 묻자 ‘가출’이라며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고 2때, 사춘기였나봐요. 뭔가 불만도 많아지고 공부도 하기 싫고. 부모님께도 괜한 반항심이 생겨서 집을 나갈테다 마음 먹었죠. 그래도 방학 하고 나가야지 싶어서 때를 기다렸어요.(웃음)”
가출 지속 기간은 이틀. 정확히 만 하루였다. “안 들어갔다고 집안이 발칵 뒤집히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엄청 혼났죠 뭐 하하.” 깜찍한 반란(?) 후에도 그는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의 반대. 정확히 말해 우려를 딛고, 연극영화과 진학 후에도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연기자의 꿈을 일궈가고 있는 권현상. 꿈꿔 왔던 ‘배우’로서 살아보니 어떤지 묻자 “행복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너무 좋아요. 제가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정말 하나하나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인물로 살아본다는 점, 배우로서 참 고마운 일이죠. 저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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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연기가 좋아서 연기를 하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이 일(연기)을 하려면 인기는 필수인 것 같다.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더라”며 “오래 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인데 그러기 위해 더 성장하고 많은 분들의 사랑 받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당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던 ‘돈 크라이 마미’는 재심의를 거쳐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완화됐다. 수위가 낮아진 만큼 영화 속 자신의 욕설과 악행이 어느 정도 표현될 지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권현상은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스스로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내 주위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실제 학생들이 겪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딘가에 있을, 영화 속 박준 같은 학생에게 그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남기고 싶은 말은 없을까. “음…인생에 정말 소중한 학창시절을 그런 데 낭비하지 말고, 이런 영화를 보고 본인 스스로를 위해 좋은 생각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교가 좀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