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이라도 고맙죠. 어쨌든 우리를 알아주시는 거니까. 솔직히 계속 신인들이 새롭게 데뷔하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이잖아요. 마지노선이라는 위치는 가장 치열한 곳이고요. 그래서 한순간도 쉴 수 없었던 것 같아요.”(가은)
“물론 우리의 위치가 어느 정도라는 걸 보면서 겸손해 질 수는 있죠. 하지만 다른 노래를 부르는 다른 가수들인데 누가 더 높고 누가 낮다고 말하는 게 솔직히 속상하죠. 사람인데 등급이 매겨지고 계급이 정해지는 건 사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에요.”(세리)
어차피 걸그룹이란 것이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 하기 때문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달샤벳의 신곡 ‘있기 없기’ 역시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유행했던 복고와 디스코를 재현한 곡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일이라 걱정을 안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장르적 색깔 보다는 우리 자체의 매력을 더 어필할 자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디스코라도 어떻게 소화하느냐, 얼마나 완성도 있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우희)
사실 이번 활동에서 달샤벳은 데뷔 후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전속 프로듀서인 이트라이브가 빠지고 김도훈 작곡가가 타이틀곡 작업을 했기 때문.
“저희에게 무엇보다도 큰 변화죠. 김도훈 프로듀서님은 작업 방식도 다르고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좀 달랐죠. 사실 이트라이브는 저희에게 무서운 사람이거든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이트라이브가 트렌드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라면 김도훈 프로듀서는 보다 대중적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주셨다는 거죠. 실제로 달샤벳이라는 팀에 그게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고요.”(아영)
곧 2년을 꽉 채우게 되고 사실 가수생활이 익숙해 지긴 했지만 실제로 생활에서나 마음에서나 여유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할로윈 즈음에 대표님과 함께 클럽에 갔어요. 미성년자인 수빈이는 빼고요.(웃음) 정말 정신없이 춤추고 놀았던 것 같아요. 사장님도 놀라셨나 봐요. 2년 가까이 전혀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프로듀서나 작곡가 오빠들은 ‘가수들은 놀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실제로 그게 쉽나요. 저희도 답답한 게 많았던 거죠.”(세리)
사생활을 딱히 제약하는 회사 분위기는 아니지만 스스로가 자기 규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걸그룹의 현실이다.
“그냥 저 하나가 아니라 달샤벳이라는 팀의 일원이니까요. 저 하나 잘못한 걸로 끝이 아니고 그 영향이 멤버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못하는 것이 많죠. 가끔은 하고 싶은거 다하고 살고 싶죠. 혼자가 아니니 꾹 참는거죠.”(지율)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돼요. 한번은 가족들과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부모님이 매사 말과 행동에 조심하시는 모습을 봤거든요. 행여나 저한테 피해가 될까봐요. 그런 모습을 보면 더 조심해야 하는 구나 생각이 들죠.”(아영)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깨끗하고 맑고 순수해요’는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가식을 떨거나 속이려는 태도와도 거리가 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지금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을 지키고 해야 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현명함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 계획들에 대한 질문에도 비슷한 대답을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자신들의 바람이 항상 같지 않음을 돌려 말했다.
“아이돌은 다 잘해야 해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고, 예능도 잘해야 하죠. 물론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열심히 하죠. 노력하고요. 근데 그걸 정말 한꺼번에 다 잘할 수 있을까요?”
아이돌 가수에게 특히 걸그룹에게 아슬아슬 하지 않은 순간이란 없다. 아무리 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한 번에 추락할 수도 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