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은행에 다니던 연인이었던 터라 유치한 싸움도 이어진다. 여자는 남자가 빌려줬던 노트북을 완전히 부숴 택배로 보내는가 하면, 여자는 남자의 업무용 의자 밑에 바퀴 하나를 빼 넘어지게 한다. 남자는 다시 여자의 정산이 맞지 않도록 돈을 ‘삥땅’치기도 한다.
정말 유치한 싸움인데 모두 이해가 간다. 헤어진 남녀의 흔한 복수와 앙갚음이기 때문이다. 그래, 헤어지면 이 정도는 해야 정상이지 싶을 정도다.
영화 ‘연애의 온도’는 3년차 직장 비밀연애커플 이동희(이민기)와 장영(김민희)이 헤어진 후에 직장동료가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했을 때보다 더 부딪히는 두 남녀는 또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 같은데, 다시 또 사랑을 하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하지만 3년이면 오랜 연인이라고 인정받는(?) 현대 사회에서 한 커플의 현실 연애가 제대로 녹아있다. 오래된 연인들을 각성하게 하는 영화를 원한다면 추천이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 익숙해져 버린 두 남녀. 싸운 뒤 헤어져 버린 이유도 모를 정도가 된 두 사람은 결국 다시 또 싸우고 나서야 왜 자신들이 이전에 싸우고 헤어졌는지를 기억해낸다.
상대에 익숙해져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상황은 연애를 하는 이들(부부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이 놓치기 쉬운 함정이다. 연애 실패라는 아픈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공감을 줄 것 같다.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전해준다.
김민희와 이민기가 실제 3년을 사랑하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났다 헤어진 연인처럼 리얼한 연기를 펼쳤다. 지질할 정도로 유치하고, 또 쿨한 척하지만 실제는 절대 그렇지 않은 남녀의 심리를 잘 연기했다. 노덕 감독은 그런 남녀의 심리를 잘 드러내게 연출했다.
또 중간 중간 두 사람의 연애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도 가미해 리얼리티를 더한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가 웃음을 주는 부분이 있는데, 노덕 감독의 재치가 보인다.
동희와 영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두 사람 주변과 은행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영과 헤어진 동희가 몸이 아픈 상황인데 은행 후배가 운전을 하다 대전 병원까지 가는 에피소드와 영이 자신과 헤어진 뒤 본점 직원과 잠자리를 한 사실을 안 동희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혼여행을 떠난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하는 에피소드 등 예측할 수 없는 웃음이 꽤 있다.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다만 초, 중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받지 못해 지루한 인상도 남겨 아쉽다. 108분.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