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노리개' 故장자연 팔기냐 정의 추구냐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故장자연은 더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합니다. ‘연예계 성 상납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그는 이제 잊히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살아 돌아왔습니다. 바로 영화 ‘노리개’(감독 최승호)를 통해서입니다.

살아생전 배우였던 고인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듯 합니다. 비록 다른 사람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지만, 그는 울분을 토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고, 괴로웠는지 절규합니다.

이는 민지현이라는 배우의 말과 감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눈물을 또르르 떨어뜨리며 자신의 이름을 꼭 기억해 달라는 여배우의 절규가 스크린에서 울려 퍼집니다.

영화 ‘노리개’는 한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 앞에서 정의를 쫓는 기자와 신임 검사가 그녀의 부당한 죽음의 진실을 알리고자 거대 권력 집단과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장자연 사건’이 모티프입니다.

영화는 대중의 분노를 일게 할 만 합니다. 여배우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가하는 거대 언론사 사주의 악행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허황된 일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절규하듯 “제 이름은 정.지.희예요”를 몇 번이나 말하지만, 상대는 “이름 따위를 알아야 하느냐”며 “자신의 몸이 기억하면 또 찾을 수 있다”는 말로 관객을 분개하게 합니다. 주위에 이런 일을 겪은 아는 배우가 있어야 느껴지는 분노가 아닙니다. 내 동생이자 누나, 딸의 고통일 수 있습니다.

왜소한 민지현이 전하는 고통과 아픔은 더 크게 와 닿습니다. 테이블 위에 머리가 박힌 채 강압적으로 능욕당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합니다. 높은 수위의 노출을 견딘 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지현을 비롯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기자 역의 마동석과 신임 검사 역의 이승연도 극을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욕심을 부린 듯 과하고, 연결고리의 빈틈도 보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실제 사건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자살한 여배우를 파는 장사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을 게 분명합니다. 만듦새에 만족하지 못하고, 관객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고 트집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비롯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빈틈이 더 많습니다. 분노를 터트릴 일도 허다합니다. 이 영화야말로 관객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작품입니다.

총 95분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작으로 18일 개봉될 예정입니다.

[사진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