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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앰브로스(32).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의 참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기억된다.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비주얼에 시종일관 나긋나긋한 어조로 할 말은 다하던 똑순이. ‘미수다’ 종영 후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를 ‘리복 크로스핏 다운타운 센터’에서 만났다.
“현재 부트캠프(Bootcamp) 코치로 일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땐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잖아요? 게다가 그땐 통통이었고.(웃음) 저 역시도 이런(?) 삶을 살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애나벨은 전문 웨이트 트레이너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리복 크로스핏에서 웨이트 프로그램 부트캠프(단시간 내에 근육량을 최대치로 키우는 효과적인 운동) 클래스를 맡고 있다.
‘미수다’ 출신 외국인 미녀들의 행보와는 크게 달랐다. 방송인이나 연기자로 자연스레 연예계로 진출하거나 그렇다고 원래의 직업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 그의 모습은 납득 가지 않을 만큼 너무도 엉뚱한 변화였다.
그는 “다이어트”를 언급하며 부트캠프 코치로 살게 된 운명론을 풀었다. “‘미수다’ 종영 후 살을 빼기 위해 각종 운동, 식이조절을 한창 했었어요. 숱한 실패를 경험하다가 친구의 권유로 이태원의 한 체육관에 다니게 됐죠. 당시 그곳이 현재 리복 크로스핏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부트캠프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하면서 재미와 도전 욕구를 느끼게 됐어요. 운동 자체를 즐기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제 직업이 돼 버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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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은 지난 2월 일반인 역도대회에도 참가해 대한역도연맹 동호인부문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자신의 체중에 육박하는 120파운드(약 60kg) 역기를 거뜬히 들어올린다. 부트캠프를 시작하기 전 체지방률 28%의 경도비만이었지만 지금은 성인 여자 정상기준치(20~25%)보다 낮은 17%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몸으로 오는 31일 열리는 크로스핏 게임 아시아 리저널 대회에도 출사표를 던진다.
“역도는 생각보다 재밌는 운동이에요.(웃음) 기록을 갱신해 나가는 것,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운동의 묘미예요. 크로스핏 대회에 나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전 절대 우리 팀이 1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하하!)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도전을 즐기는 거죠.”
애나벨은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단 오히려 반겼다. ‘도전’은 인생의 원동력이었다. 대학 졸업 후 지루한 직장생활을 견디다 못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한국으로 온 것만 봐도 그의 삶의 에너지가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이역만리 떨어진 낯선 땅에서 사랑을 쟁취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도전 정신과 용기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한 사람은 응당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다. 영국여자 애나벨의 인생 2막이 올랐다. 그리고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기대된다”는 그는 부지런히 설렘을 갈구하고 있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