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도나돈’ 가수 박무진(35)을 만나기 전, ‘무궁무진 종횡무진 야무진 리무진 박무진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우선, 굉장히 말이 빠르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속사포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의 말은 그야말로 천리마(!)였다. 하지만 넘치는 긍정의 에너지 덕분에 인터뷰는 그 자체로 ‘힐링타임’이 됐다.
“‘무진’이 들어가는 말에는 다 좋은 뜻 밖에 없다”고 첫인사를 건네자 그는 “듣고 보니 그렇다. 참 감사한 일이 아닌가. 긍정적으로 잘 될 것이라는 의미로 생각한다”며 특유의 ‘긍정’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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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도나돈’은 5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노래예요. 원래 가사는 돈 없는 신세를 한탄하는, 다소 부정적인 내용이었죠. 요즘 청년실업 등을 한탄하는 소리가 큰데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이걸 깨버리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돈 때문에 처절하게 울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유년기 내내 유복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고 “지금도 갚아야 할 집안 빚이 꽤 된다” 했다. 하지만 덕분에 절약정신은 자연스럽게 몸에 뱄고,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도 알게 됐다.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늘 꿈은 세계를 보면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가수이기에 앞서 연예 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 포미닛, 비스트, 지나 등 잘 나가는 아이돌을 키워낸 홍승성 대표의 수행원으로 2년 넘게 지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꿈은 더 큰 무대를 향하게 됐다.
“마음처럼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무대의 꿈은 놓은 적이 없어요. 실제로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고 계신 홍회장님을 보면서 더 큰 목표가 생겼죠. 요즘 연습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본인을 너무 팽개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웃음), 언제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시죠.”
어린 시절부터 무대를 동경했던 박무진은 1996년 댄스가수 준비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도전을 이어왔다. 2006년에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 서기도 했다.
“6~7살 때부터 노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학창시절에도 늘 오락반장을 했고, 장기자랑을 하면 동네에선 늘 1등이었죠.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이나 트레이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에선 늘 맨땅에 헤딩이었고, 그렇다 보니 다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어요. 자신감은 있었지만 무언가 치고 올라갈만한 힘이 부족했죠.”
예술 활동은 그 분야를 막론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가계에 대한 장남의 책임감은 결정적일 때마다 그를 붙잡았다. 마음 놓고 꿈에 몰두할 수 없었던 환경은 꾸준한 작품 활동에 제약이 됐다.
그렇다보니 소위 말하는 ‘무명’을 벗어나기란 여의치 않았다. 그는 “늘 열심히 했지만 결실이 잘 안 맺어지더라. 100도씨가 돼야 물이 끓는데 항상 98도 정도였다 할까. 모자란 2도씨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주위에서 ‘또 실패했느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그럴때마다 전 ‘또 도전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이번에 안 된 것이지, 실패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런 좌절의 경험이 쌓여 혹시나 내가 도전하지 않을까봐, 그 점이 두렵긴 했어요. 하지만 내성이 강해져서 계속 도전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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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경북 구미 소재 노인복지센터의 오랜 후원자인 그는 최근 경북 지역 노인 2천명 가량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 무대에 올라 어르신들 앞에 큰절을 하며 공개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후원금을) 조금씩 내고 있지만 나중에는 모두에게 기부하고 싶다고요. 스스로에게는 다짐이지만 그분들께는 약속을 한 셈인 만큼 꼭 지키고 싶습니다.”
트로트 가수로서는 아직 데뷔 1년도 채 안 된 신인이지만 그는 이미 1000회도 넘는 거리 공연 유경험자로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지금의 박무진을 돋보이게 하는 것 역시 오랜 공연 덕분이다.
최근 헐리웃 볼 공연 중 2만 명 앞 무대에 섰다는 박무진은 자칭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결코 떨지 않는다. 오히려 “100만 명이 오면 더 잘 할 자신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수만 명의 함성소리는 결코 이길 수 없어요. 그 기에 금세 눌려버리는 걸요. 하지만 전 무대 위에서 친구 만나러 왔다 생각해요. 관객이 친구라면,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요. 아이돌 팬들 앞에서도 친구랑 노는 느낌으로 하고요, 나이 많은 어르신 분들 앞에서도 친구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장르를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전략이기도 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트로트를 하는 것도 전례 없는 일 아닌가. 하나의 재미있는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트로트로 성공한 뒤 또 다른 재미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음악 장르는 전혀 고민이 되지 않았단다.
“저는 노래하는 배우에요. 저만의 색깔이 있는 만큼, 올해는 뮤지컬도 다시 할 생각이고요. 언젠가 제 이름을 내건 토크쇼도 하고 싶어요. 제 안의 에너지들을 품고만 있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가수 박무진의 목표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면 기분 좋고 힘이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박무진의 목표는 무엇일까.
“누가 그러더군요. 그 존재 자체가 고마운 사람이 되는, 그게 성공한 것이라고요. 누군가 삶의 롤모델이 되는 건 힘든 일이지만, 힘들 때 에너지를 얻고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언젠가 더 성공해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사람들에게 동기부여 강의도 해주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해오름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