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를 강타한, 이른바 ‘B급 정서’ 예능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Mnet ‘방송의 적’ 속 덜덜이 존박(25)의 폭탄 발언이다. 불과 3년 전, Mnet ‘슈퍼스타K2’에서 허각과 자웅을 겨루던 당시만 해도 ‘엄친아’의 대표주자로 손꼽혔던 그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방송의 적’을 보며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생각했던 그를 정규 1집 ‘이너 차일드(Inner Child)’ 발매를 앞두고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얼굴만 봐도 빵 터질까’ 싶은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역시 그는 프로였다. 적어도 자막 없는 맨얼굴만으로 웃게 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완급 조절로 1시간 남짓 인터뷰는 내내 유쾌함으로 가득했다.
그는 실제 자신은 MBC ‘토크클럽 배우들’에서 보여준 ‘피아노맨’ 이미지와 비슷하지만, 점점 ‘방송의 적’ 속 모습이 일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했다.
“실제로는 조용하고, 선배들과 있을 때도 말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배우들’ 때 모습이 원래 제 모습과 더 가깝죠. ‘방송의 적’은 대본 설정 안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까 더 바보 같이 할 수 있는 거고요.”
스스로 느끼기에 인간 박성규와 ‘방송의 적’ 속 존박은 40% 정도 닮았다. “1/3 정도는 제 모습과 닮았고 1/3은 철저히 대본에 의한 행동이에요. 나머지는 제가 만들어가는데, 하다 보니 점점 바보처럼 망가져가고 있네요.(웃음)”
데뷔 미니앨범 ‘철부지’의 말끔한 이미지로 활동한 지도 벌써 1년 반 전. 수많은 가수들이 다양한 곡을 내놓고 가요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동안, 그는 페스티벌 등에 참여하며 간간히 무대를 이어갔다.
올해 초 ‘배우들’로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는가 싶더니 그마저도 조기종영, 팬들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다 여름 컴백 소식이 들려오더니, 존박 필(feel)로 꽉 채운 새 앨범으로 반갑게 돌아왔다. 그런데 오랜만에 나타나 보여준 변화가 너무하다(!).
하지만 스스로는 오히려 지금의 변화가 좋기만 하단다. “저는 지금 제 모습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소속사(뮤직팜) 들어가기 전에도 가장 큰 걱정이 그거였죠. 음악만 할 것인가, 아니면 멀티테이터가 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는데, 지금 소속사를 만난 덕분에 음악이 밑거름이 되고 그 속에서 ‘방송의 적’ 같은 프로그램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음악이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방송의 적’도 즐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조건 음악만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가야겠다는 고집은 없”고, “그보다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강조했다.
‘방송의 적’에 등장한 ‘잘 키운 성규 하나 열 덜덜이 안 부럽다’는 이적의 발언에 대해 “사실 대본이었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는 그는 ‘얼굴 자체가 웃기다’는 말에 대해서도 “너무 좋다”며 화색을 띠었다.
‘엄친아’의 틀을 깨고 대중에 한층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음악적으로는 더 없이 성숙해진 느낌이다. 앨범 타이틀 ‘이너 차일드’에 대해 “내 안에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 만든 음악”이라고 소개한 존박은 유난히 첫 정규 앨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그의 손을 많이 탄 앨범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디렉팅하고 만지고 고치고 해서 애착이 굉장히 많이 갑니다. 자작곡이 들어있다는 점도 뿌듯하고요. 타이틀곡이 잘 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작곡한 곡을 많은 분들이 즐겁게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타이틀곡 ‘Baby’를 비롯, 수록곡 면면을 들어보면 대중가요의 최신 유행을 탄다기보다는 다분히 ‘존박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왔기 때문인지 그런 면에서 제 음악에 잘 묻어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자신이 있습니다. 확연히 다르다는 것만은 분명하죠. 솔직히 대중성을 고려하며 쓰진 않는데, 제가 워낙 대중적인 것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곡에 담기네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다음 앨범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가 쓸 계획이죠.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다 생각하는 곡들로 앨범을 채웠을 때 사람들이 과연 들어줄까, 여기에서 대중성 특히 ‘공감’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실 작사는 아직 많이 어렵네요.”
오랜 미국 생활에도 불구, 이젠 한국어도 능청스럽게 잘 구사하는 존박이지만 단어, 음절의 선택 등 가사 작업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직 걸음마 단계. 그가 노래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흔한 사랑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뻔하지 않은,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합니다. 어려서부터 이적 형의 음악을 좋아했는데, 패닉 시절 반항적인, 사회적인 곡을 특히 좋아했어요.”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스타들의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존박은 이미 그런 부담감은 떨쳐낸 지 오래인 듯 했다. “많은 가수들이 나오면서 앞으로 더 힘들어지겠지만, 타이틀곡이 잘 되고 안 되고는 둘째 문제인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두 가지, 하나는 제 색깔을 찾은 것 같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많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겠구나 싶은 거였죠.”
인터뷰 내내 든 생각은 존박은 ‘강단 있는’ 요즘 남자라는 점이다. 스스로 자신은 어떤 내면을 지녔다 생각하고 있을까.
“예전엔 작업 하다 기분이 다운되거나 흔들릴 때도 있었는데 요즘 들어 그런 게 생긴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즐기게 되고, ‘방송의 적’도 재미있게 하게 됐는데, 그런 마인드가 아니었다면 아마 재미 없는 캐릭터, 존재감도 없고 얌전하기만 한 그런 사람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앨범 작업 과정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내 음악에 대한 자존심을 선배님들을 통해 느끼게 되다 보니 욕심보다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된 거죠. 최근 3년 중 요즘이 제일 재미있고 즐거워요.”
그가 씨익 웃으며 답한다. “들어가긴 가요. 그런데 반응을 본다기보다는, 제가 뮤뱅이던 음악 방송을 하면 거기에 다 올라와있으니까, 제 모습만 모니터 하지. 팬들의 반응은 훑어보기만 하고 크게 신경은 안 써요.”
“왜요?”
“왜냐하면, 팬들의 의견을 들어주는(수용해서) 것보다 소신 있게 행동으로 하면,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그것을 존중해주고 그럴테니까. 댓글은 거의 안 보고요. 근데 그런 걸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팬들에게는 ‘시크남’으로 변해가고 있답니다.”
시크남이라는 표현이 스스로도 재미있는지 싱긋 웃는 존박. 이러니 팬들 사이에선 ‘마성의 존박’이라는 칭호가 빠질 수 없나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뮤직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