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 3국 최초의 합작영화 ‘댄스 오브 드래곤’ 후 1년 만에 ‘감기’로 스크린에 등장한 배우 장혁. 그는 정의감 넘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지구 역할로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자연스러움을 보여줬다. ‘영어완전정복’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성수 감독 덕분인지 ‘감기’ 속 그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꾸밈이 없다.
“김성수 감독님과는 1996년부터 인연이 있었다. 당시 감독님은 단역에게 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너다’라고 격려하더라. 실제로 무서운 사람이지만 무서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은 다르지 않냐. 나에게 와 닿는 이야기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어완전정복’때의 온화한 감독의 모습을 또 봤다. 감독님과 함께한 현장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웠다. 감독님이 현장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또 10년 만의 신작이니 열정이 눈에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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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이 ‘감기’로 1년 만에 스크린 컴백을 알렸다. 사진=이선화 기자 |
“‘감기’에 대해 주변사람들이 ‘희망적인 재난영화지만 무섭다’고 하더라. 감기 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재난상황이 나오니 그러는 것 같다. 나는 신종플루 때의 느낌이 든다. 사스 때는 옆 나라의 일이라고만 생각이 들었는데, 신종플루 때는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과 각종 루머 때문에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감기’ 역시 몇 초 만에 몇 명이 사망하는 것보다는 캠프촌 안에서의 루머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혼란스러움을 안기는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 주막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감염구역 안의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와 주변사람들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감기는 한국영화 사상 감기 바이러스라는 실현 가능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그려 더욱 사실감을 부각시켰다. 그 안에서 장혁은 구조대원 지구 역을 맡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구는 너무도 인해(수애 분)와 그녀의 딸 미르(박민하 분)에게만 흑기사를 자청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야박하게 보이기도 한다.
“지구 역할을 영웅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미르 말고는 도와준 것이 없다. 이는 기본적인 성향의 죄의식 때문인 것 같다. 미르가 처한 상황이 나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비록 원인은 달라도 나 스스로 의식이 있기에 미르에게 유독 도움을 준 것 같다. 또 인해에게서 진정성을 봤다. 지구의 죄의식과 엄마 인해에게 미르를 데려다주겠다는 소시민적인 생각이 행동으로 드러난 것 같다. 물론 인해에게 어느 정도의 호감도 있지 않았겠냐 (하하) 호감 가는 여성이 다가와서 더욱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같은 경험을 공유했으니까…”
재난영화답게 ‘감기’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무더위 속에서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쓴 채 고생하면서 촬영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출연배우들에 대한 촬영 고충은 당연 이슈거리 중 하나다. 물론 장혁은 현재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열정으로 ‘열혈병사’라는 애칭을 얻고 있지만 무더위 속 촬영을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워낙 체력이 좋으니까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힘든 게 없었다. (하하)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다행히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캐릭터를 잡는 게 힘들었다. 처음에 지구 역을 보고 감독님께 ‘이런 사람이 어디 있냐, 말도 안 된다’며 ‘영웅적이지 않은 느낌으로 그려 달라’고 제안했다. 감독님은 나와 지구가 닮았다는데 사실 나는 잘 몰랐었다. 그러나 무엇인가 인간적으로 사로잡는 부분이 나와 닮았다. 지구라는 인물 자체가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너무 현실적이다 보니 조금은 아쉬울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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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감기’에서 자신과 닮은꼴 구조대원 지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이선화 기자 |
“군인과 구조대원 중 어느 것이 더 힘든가라고 묻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이는 하는 사람이 어떻게 적응하고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스포츠카와 일반차가 있는데 누가 운전을 하느냐에 따라 차의 성능이 달라지지 않느냐. 그러나 내가 만약 ‘진짜 사나이’ 멤버들을 다른 버라이어티에서 만났다면 이 같은 전우애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적당한 거리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몸을 부딪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농담을 하다 보니 끈끈한 전우애가 생긴 건 사실이다.”
군인과 구조대원 중 힘든 것은 생각의 차이지만 ‘진짜 사나이’ 멤버들을 향한 장혁의 애정은 확실히 느껴진다. 그러나 장혁과 군대는 어딘지 모를 괴리감이 있기도 하다. 그는 과거 병역비리 때문에 한동안 군대에 가서 자숙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처음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어쩌면 아이러니 하고 대중들의 시각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진짜 사나이’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찾아가서 제안한 거다. ‘진짜 사나이’를 봤는데 예능이라기보다는 그냥 나의 과거 추억을 상기시키더라. 저기에 들어가면 나도 시작했을 때의 느낌이 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해보고 싶었다. 처음으로 예능국에 도착했는데 떨리면서 후회가 밀려오더라. 문을 열어 들어갔을 때는 내가 여기 왜 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저 웃음만 나오더라. 첫 방 때의 멍한 표정은 정말 100% 리얼이다. (하하) 보람은 있었지만 아침에 기상나팔을 들으니 후회가 밀려왔다. 예능이라고 생각안하고 그냥 현역과 낯설게 만나 훈련을 통해 논다고 생각하니 힐링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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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연기 두 마리의 토끼 사냥에 나선 장혁은 누구나 다시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사진=이선화 기자 |
“나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발달된 사람이다. 현재 예능으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나의 본업은 배우이기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