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8일 “상영 중인 영화가 정치적인 이유로 스크린에서 철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영화평론가들은 깊은 자괴감과 함께 비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과연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또한 자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협회는 “상영 이틀만에 내려진 극장 측의 전격적인 조치에 의혹을 떨칠 수 없으며, 메가박스에 대해 보다 자세한 해명과 즉각적인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바”라며 “ 언론, 출판, 영상물에 사익과 국익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 있다면 법과 여론에 그 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이지 게시와 상영 등 표현의 자유를 차단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법원에 의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이 기각된 상황에서 어느 극렬 보수단체가 극장 앞 시위 통고 등으로 멀티플렉스를 위협한 것은 지극히 잘못된 방법”이라며 “시장의 선택과 국민의 판단 우위에 서려는 무지한 태도이며, 법을 무시하고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처사이기도 하다. 힘을 모아 더 증거 확실하고 명쾌한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여 맞대응하거나 제압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관련 단체가 설령 팻말시위 이상의 과격하고 폭력적인 수단의 사용을 예고했거나 실제 시도했다 하더라도, 경찰에 수사와 보호조치를 의뢰한 후 당당히 영업하면 될 일”이라며 “약점 많은 대기업에 정치권이나 정부당국으로부터 모종의 메시지가 흘러들어 갔는지, 아니면 상업적 이유 등 다른 이유가 있는지 메가박스 측에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우리는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한 영화대기업의 빠른 자숙과 용기 있는 즉각적 원상회복 조치, 그리고 정부당국의 협조로써 그 치욕을 씻어내고 외압 등 추후 있을지도 모를 일체의 나쁜 선례를 예방하는 데 크게 역할해 주기를 바란다”며 “최악의 선례를 즉시 수습하여 좋은 선례와 문화유산으로 남길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메가박스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이틀 만에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급사와 협의 하에 부득이하게 상영을 취소하게 됐다”며 상영 중단을 통보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계는 영화 상영 중단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자 정지영 감독과 연출자 백승우 감독을 비롯해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등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