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실장님’ 보단 ‘찌질이’가 제격? 말씀 참 험하시네~ 허허!”
거침없는 돌직구, 재치 입담에 정겨운 수다스러움이 ‘남자의 자격’때 봤던 모습 그대로다. 조각 같은 몸매에 부리부리한 이목구비, 훈훈한 비주얼도 여전하다. 게다가 연이은 작품 활동으로 소식이 뜸한 것도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도 낯설다. 영화 ‘응징자’를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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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셋이 모이니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말 그대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수시로 작품에 대해 상의했죠. 그 어느 때보다 솔직했던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빨랐고, 덕분에 몰입도 잘 됐죠. 데뷔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여기에 있죠.”
영화 ‘응징자’(감독 신동엽)는 주상욱의 반듯한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킨다. 그가 맡은 ‘준석’은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학창시절, 그리고 어른이 돼서도 줄곧 잃을 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별다른 직업 없이 근근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준석 앞에 ‘원흉’과도 같은 창식(양동근)이 등장한다. 그것도 모든 게 완벽한 상태로. 준석은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창식을 상대로 복수를 시작한다.
“사실 티가 나질 않아서 그렇지, 그동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애를 많이 썼어요. 작품도 쉼 없이 했고, 캐릭터 마다 차별화를 주려고 대본 연구도 정말 열심히 했죠. 사실 ‘변화’라는 게 참 어렵잖아요? 그 때 ‘응징자’ 준석이를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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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상하듯, 동근이와 저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예요. 오히려 그게 좋았죠. 장난을 치든, 상의를 하든 동근이는 모든걸 진지하게 받아주고 들어줬어요. 신경전? 경쟁심?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너무 다르다보디 보는 것 자체로도 공부가 되더군요. 참 신선했어요.”
그가 잠시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촬영 내내 많이 외롭고 답답했어요. 실제의 나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라며 운을 뗐다.
“반항 한 번 못하는 준석이가 답답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더군요. 아마 창식이도 처음부터 준석이를 작정하고 괴롭힌 건 아닐 거예요. 준석이의 가난을 이용해 잔심부름, 크고 작은 놀림을 하다 보니 예상 외로 너무 재미있었던거죠. 준석 역시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다 어느새 괴롭힘을 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됐을 거예요.”
작품은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수시로 바꿔가며 절대적인 ‘악’이 없음을 이야기 한다. 두 사람의 의미 없는 ‘복수’ 속에서 무심결에 저지른 ‘폭력’의 참담함은 더욱 선명해진다.
“사실 참 어려운 일이죠.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만약 내 자녀가, 혹은 측근이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저도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또 풀어가야 할 문제죠. 우리 작품을 통해 한번쯤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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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5년차. 그 동안 대략 30여편의 작품을 한 것 같아요. 작품뿐만 아니라 예능에도 출연하고 별짓을 다하며 대중과 만나왔죠. 최근 시사회 후 한 지인이 제게 ‘상욱아, 이제는 네가 정말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얘기하더군요. 최상의 칭찬이죠.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질 정도로.”
주상욱은 이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다. 영화든 드라마든, 혹은 예능이든 그가 출연하면 무엇이든 화제가 된다. 그런데 이젠, 무엇보다 그의 연기가 궁금해진다. 갈고 닦은 그간의 ‘별짓’ 들은 ‘응징자’를 통해 제대로 빛나기 시작했다. ‘주배우’의 진짜 도약은 이제부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