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서하준 “백마 탄 왕자? 실제로는 허당이에요”

[MBN스타 금빛나 기자] 백마 탄 왕자가 따로 없다. 배우 서하준이 연기하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 속 설설희는 ‘이 세상에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왕자님’이다.

잘생긴 외모에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자상한 성격, 잘 나가는 부잣집 아들답지 않게 성실할 뿐 아니라, 모든 여자들의 적이라는 ‘시월드’ 또한 두말 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사랑마저 포기할 수 있는 남자다.

그렇게 ‘오로라 공주’라는 세상 속 먼지 한 톨 없이 완벽한 백마탄 왕자님 설설희가 브라운관을 벗어나 서하준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으로 나왔다. 설설희보다 더 순박하고 호탕해 보이는 서하준에게 요즘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느냐 물었더니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반찬수가 늘어나는 것 외에는 인기에 대해 실감할 겨를이 없다”며 얼떨떨해 했다.

사진=MBN스타 DB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연기보다 모델일을 먼저 한 줄 알고 계시는데 정확하게는 연기를 먼저 시작했어요. 제 전공이 바로 연극영화과이거든요. 홍콩 유명 모델 매니지먼트에서 캐스팅 제의가 와서 모델을 하게 됐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이 너무 큰 나머지 결국 3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어요. 그 시점에서 ‘오로라 공주’의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제 배우인생이 시작된 거죠.”

서하준이 연기하는 설설희의 경우 집안이 망한 후 연기를 시작한 오로라의 매니저로서 처음 시청자들 앞에 섰다. 처음 주연급 배역이라고 생각했던 설설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양파가 속살을 드러내듯 새로운 매력들을 선보였으며, 급기야 잘나가는 부잣집 아들이라는 반전까지 내보이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됐다. ‘오로라 공주’의 초창기 멤버가 아니라 극 중반에 합류하게 된 서하준에게 캐스팅 비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실 ‘오로라 공주’에 출연하게 될 것이라고 꿈도 못 꿨어요. 오디션을 보고 나서 초반 연락도 없었고, 그런 가운데 드라마는 시작되면서 그렇게 ‘나는 정말로 안 됐나보다’라고 포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기적처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어요. 촬영장에 나오라는 임성한 작가의 전화였죠. 처음에는 너무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 되물었던 것 같아요. 임성한 작가와 전화 많이 하는 편이냐고요? 많이 한다기 보다 제가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쳐야하는 부분이 있으면 연락을 해 주셔서 이것저것 지도를 많이 해주세요. 만약 대본을 쓴 선생님께서 보셨을 때 제가 캐릭터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면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고 자상하게 고쳐주세요. 많은 분들이 임성한 작가 하면 차가운 신비주의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처음에 전화 받았을 때 ‘누구시라고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세요.”

당초 대기업 재벌가 고명딸 오로라(전소민 분)와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황마마(오창석 분)의 사랑이야기와 함께 이들을 둘러싼 오 씨 삼형제와 황 씨 세 자매의 대립을 다루었던 ‘오로라 공주’는 그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언 세 오빠 오왕성(박영규 분)·오금성(손창민 분)·오수성(오대규 분)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내용의 방향이 급하게 변경하게 됐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운 이는 바로 설설희. 새롭게 등장한 설설희와 오로라, 황마마 사이 삼각관계를 이루게 됐고, 이후 설설희는 남자주인공을 위협하는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임성한 작가의 전화로 ‘오로라 공주’의 출연을 결정지은 서하준은 자신이 연기할 역할의 비중이 이정도로 커질 줄 상상이나 했을까.

“전혀 못했어요. 처음 제게 주어진 건 대본밖에 없었어요. 대본 안에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알아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제가 처음 크게 실수를 했던 것이 매니저의 설설희를 연기 할 때도 재벌 2세의 모습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걸 포착을 못했다는 거예요. 아무리 신인 여배우의 매니저라고 해도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표현했었어야 했는데 너무 디테일하지 못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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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는 작품 외적으로 ‘하차 논란’으로 인해 몸살을 겪어야 했던 드라마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 속담처럼 ‘오로라 공주’에 남은 출연진들은 하차한 배우들의 빈자리에 결코 초연할 수 없을 터. 계속되는 배우들의 하차에 대한 서하준의 솔직한 생각을 물어봤다.

“지난 여름 장마철, 계속되는 비에 촬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다보니 하차 논란이 한창 있었던 시기 거의 생방송으로 하다시피 했어요. 당시 하차논란이 나온 날 저는 대전에서 촬영 하다 보니 소식을 하루 늦게 접하게 됐죠. 솔직히 그 기사 접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그러면 그건 거짓말이고 그때 모두 입 모아 한 얘기는 ‘맡은 배역에 맡은 본업에 충실해서 좀 더 좋은 결과물을 가져 오는 게 우선’이라는 거였죠. 이런저런 하차설에 휩쓸려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보다는 자기 본업에 충실해서 좀 더 좋은 작품으로 이끌어 가는 게 ‘오로라 공주’를 위한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서하준의 경우 극의 중반부터 주연배우인 오창석보다 분량이 더 늘어날 뿐 아니라 캐릭터 적으로도 훨씬 더 배려심있게 그려지면서 주연배우 보다 더 주연배우 같다는 평을 듣게 됐다. 이와 같은 평은 배우 개인적으로 좋을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오창석과 함께 촬영을 하기에 껄끄러운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솔직히 ‘주연보다 더 주연같은 배역’이라는 평가에 저도 모르게 일단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저의 행동으로 인해 자칫 좋지 못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몸을 사리게 됐죠. 창석이 형에게 고마운 것은, 그런 기사가 뜰 때마다 기분이 상할 텐데 오히려 그럴 때마다 제가 먼저 다가와 주시고 챙겨준 거예요. 연기적으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여러모로 감사한게 참 많아요. 서로의 본심을 알다보니 말하지 않더라도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촬영장에서 붙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눠요.”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서하준의 모습 속에서 ‘오로라 공주’ 속 상냥한 설설희가 언틋 비치는 듯했다. 그래서 실제 서하준과 설설희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더니 민망한 듯 웃으며 “실제로는 허당”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저는 빈틈투성이죠. 하하. 설희와 비교해 봤을 때 저는 장난기가 더 많아요. 비슷한 면이 있다면 긍정적인 면이에요. 저는 사람들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싶어요. 사실 설희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많이 배웠어요. 밝으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품, 그리고 겸손한 태도까지. 아직까지는 배워가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설희와 다른 점이요? 다른 점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몇 개만 고르기가 어렵네요. 일단 간단하게 집안의 재력이 그리 풍족하지 않고, 사랑법이 다를 수 도 있고, 음…그런데 다른 점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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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서하준이 연기를 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 결정적인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보게 된 뮤지컬 ‘라이온킹’ 덕분이었다. 화려한 무대를 보고 단번에 매료되 버린 어린 서하준은 그날로부터 막연히 연기를 꿈꾸게 됐고, 이후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 연기학원에 등록하게 됐다. 그 곳에서 차근차근 연기에 대해 배워간 서하준은 ‘죽은 시인의 사회’ ‘맥베드’ ‘줄리어드 시저’ 등의 연극무대에 오르며 자신의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드라마에 캐스팅 되면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걷게 된 서하준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배역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물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많지만 지금은 욕심낼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저에게 남은 시간은 많으니까요. 이런 삶 저런 삶 살아가면서 천천히 관객들에게 다양한 삶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뮤지컬요? 물론 하고는 싶죠. 성악도 배워서 들어보시면 노래실력도 나쁘지 않거든요.”

최근 서하준은 극중에서 ‘살다가’를 열창하며 발군의 노래실력을 자랑한 바 있다.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에 많은 시청자들은 열띤 반응을 보이며 박수를 보냈고, 그렇게 서하준의 또 다른 매력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런 그가 최근 극중에서 혈액암 말기 판정을 받으며 시한부 인생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설설희는 ‘오로라 공주’에 끝까지 나올 수 있을까.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글쎄요 그건 선생님만이 아실 것 같습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