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박해진이 반전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가 지난달 18일 첫 방송 이후 연일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일 방송분은 24.6%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수목극 1위를 차지, 사실상 독주 상태다.
이날 방송에서는 도민준(김수현)을 살리고 비운의 죽음을 맞은 천송이(전지현)의 전생 비밀이밝혀진 가운데 재경(신성록)이 송이에게 살인예고를 하며 본격적인 2막이 시작됐다. 시간, 세대, 공간을 초월하는 절대적 사랑과 극명한 악의 등장까지. 다소 평면적인 스토리 전개에 천진난만 휘경(박해진)이 최대 ‘변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 ‘뿌리 깊은 나무’ 장태유 PD의 만남에 일찌감치 기대감을 자아냈다. 여기에 ‘도둑들’ 전지현 김수현 커플이 다시 만나더니, ‘한류스타’ 박해진과 ‘원조 베이글’ 유인나까지 합류했다. 스토리만 촘촘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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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휘경 역을 맡았던 최민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박해진의 역할이 휘경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단순 평면적인 캐릭터였던 휘경에게도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겠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그럴듯한 반전이 없는, 다소 엉성한 구성들에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 이 비밀의 열쇠를 쥔 인물로 휘경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휘경은 정말 순진한 것인지 고도의 전략인지 헷갈리는 묘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문 하나, 휘경은 정말 바보일까?
현재 시청자들은 휘경을 보여지는 대로만 보지는 않고 있다.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 이유는 휘경의 캐릭터가 지닌 무한정 해맑음과 바보스러움 때문.
일각에서는 휘경의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눈치 없는 모습을 보고 극의 또 다른 배경인 조선시대 속 양녕대군을 떠올린다. 다양한 설을 지닌 인물인 양녕대군은 섬뜩한 아버지의 악행이 두려워 왕위를 물려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바보처럼 행동하고 어리석은 일을 벌였다는 주장도 있는 인물이다. 알고 보면 휘경 역시 엄청난 지략가였다는. 이른 바 ‘천재설’을 제기하는 등 반전 이야기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회사 내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있음에도 불구, “컴퓨터 배경에 가족사진 정도로는 해놔야지”라는 부장의 말에 S&C 그룹 후계자인 형과 가족의 얼굴을 그대로 화면에 띄우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여배우인 송이나 세미에게 아랑곳 하지 않고 스킨십을 한다. 선상에서는 세미의 애인 행세까지 하고, 자신이 영화 투자자라며 동네방네 신분을 소문내기도 한다.
아무리 집안의 ‘구멍’이라지만 재력가 집안 자제로서의 아주 최소한도 못 미치는 그의 행동들에 시청자들의 의심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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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경은 살인마 재경의 동생으로 아직까지 믿고 의지하는 형이 연쇄 살인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설정이다. 게다가 향후 자신의 약혼녀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을 암시하고 있다.
휘경이 시시콜콜 형에게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부끄러움 없이 송이에 대한 마음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송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항상 형에게 철 없이 달려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댄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형이 어떤 일을 저지르고 나면, “형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혹시 타살일수도 있잖아” 등 뼈있는 말을 던진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것 같지만 매번 사건이 터지고 나면 이를 꼭꼭 짚고 나가는 모습들이 의문을 자아낸다.
그가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자신의 안위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위장’이라면 형의 정체 또한 알고 있을 수도.
만약 휘경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는 굉장히 치밀한 ‘지략가’다. 자신은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이 역시 어떤 위장을 해서다로 지킬 인물.
극중 휘경은 학창시절부터 송이를 좋아했다. 송이에게 매번 거절을 당하지만 끊임없는 구애를 펼치고 있다. 반면 세미는 그런 휘경을 한결같이 바라보며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휘경은 송이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바보스럽지만, 세미에게는 오히려 상남자에 가깝다. ‘희망고문’이라도 하듯 세미가 위기에 처할 때면 아주 당찬 모습으로 그녀를 구해준다. 자신의 오랜 우정과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의리남’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진짜 사랑에 대한 궁금증도 유발되고 있다. 그의 정체도, 모든 행동도 위장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변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휘경은 송이, 민준과의 러브라인과 송이, 세미와의 러브라인에도 영향을 미치는 인물. 게다가 살인사건의 열쇠를 쥔 형 재경과의 관계까지 얽혀있어 최대 ‘반전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