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여정, `뽀미 언니`의 무한 변신…19금? 조연? 안 가립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얼마 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배우 조여정(33)이 과거 '뽀미 언니'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했다. '라디오스타' MC들과 제작진은 과거 '뽀뽀뽀'에서 아이들과 뛰놀던 '뽀미 언니'가 이제는 19금 영화에 출연한다는 멘트와 자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시 라스'라는 생각을 했다. 조여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제적 뽀미 언니인데, 정말 감탄했어요. 저도 '역시 라디오스타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하하하."
지난 14일 개봉한 청소년관람 불가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에 출연한 조여정. 영화는 1969년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아내가 있는 엘리트 군인 김진평(송승헌)이 군 관사 안에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과 벌이는 남녀의 비밀스럽고 파격적인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조여정은 극 중 진평의 부인 숙진으로 나온다.
영화는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 영화에 굳이 조여정이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는 의문을 품은 이들이 많았을 테다. '방자전'으로 인연을 맺은 김대우 감독은 또한번 조여정을 출연시키기 위해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조여정은 고개를 저었다. 러브콜에 바로 응했다. 이유는 "감독님이 저에 대해 많은 걸 알기 때문에 뭔가를 더 끌어낼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조여정은 "감독님이 '알고 보면 조여정은 쾌활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며 "'방자전'에 참여하면서 현장에서 까불고 재미있는 모습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고 웃었다.

사실 조여정의 변신, 혹은 도전은 새로운 게 아니었다. 이제껏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는 "저를 좋아해 주는 분이라면 '조여정이라는 사람이 워낙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 것"이라며 "의외의 모습도 좋게 봐주길 바란다. 또 그게 제 팬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긴 조여정은 '인간중독'보다 분량이 작은 영화 '표적'에도 출연했다.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 남자 여훈(류승룡)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와 위험한 동행을 하게 된 의사 태준(이진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태준의 만삭 아내가 조여정이었다. 이 배역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바로 응했다.
"제작사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살짝 미안해하면서 제의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오빠면 객관적으로 만삭의 나를 구하고 싶을까? 관객이 나를 보고 구하고 싶은 마음일까?'라고요. 대표님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당연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제게 비중은 상관없어요."
'인간중독'의 숙진은 남편을 고위직으로 만들기 위해 유난스럽게 내조하는 인물이다. 등장하는 곳곳에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웃음을 유발하게도 만드는 데 조여정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이다. "쓰고 나온 안경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감독님 아이디어였는데 자신감이 생겼죠. 하하하."
파격 노출, 정사신을 선보인 후배 임지연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조여정은 이 영화로 데뷔하는 후배 연기자를 칭찬했다. "제가 스물네 살 때는 이렇게 못 했을 것 같아요. 상상도 할 수 없죠. 그 친구가 가진 기본적인 것들이 없었다면 종가흔이라는 인물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그건 감독님의 디렉션만으로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여자로 태어나서 스크린에 아름답게 담기는 기회가 누구한테나 다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보람 있던 일이 아닐까요?" 종가흔 역이 탐이 났을 법도 한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전 '방자전'에서 춘향이 했잖아요. 솔직히 '인간중독'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가흔 역할에 제 얼굴이 매치가 되지 않더라고요. 가흔이 등장하는 신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면 신선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나는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진평과 가흔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사람들은 후회는 없겠죠. 모든 걸 다 버리고 사랑했잖아요. '화끈하고 멋지다. 당연히 중독될 만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김진평이 현실에 있다면 사랑할 것 같아요. 시나리오 보고 울었는데, 영화보고도 울었죠. 가슴이 정말 아프더라고요."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