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영화 ‘명량’은 전체적으로 무겁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배를 상대하는 해전의 모습은 스펙터클하고 빠르게 진행되지만, 영화가 풍기는 무거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고뇌하는 이순신의 내면과 전쟁에 피폐해진 민초들의 삶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명량’은 정유재란 당시인 1597년, ‘명량대첩’을 영화화 한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수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이 전투는 조선 역사 뿐 아니라 전 세계 해전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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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은 명량대첩을 그렸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상대하는 이 해전에 김한민 감독은 러닝타임 128분 중 무려 61분을 할애했다. 조선의 함포와 일본의 소총이 난무하고, 거센 조류의 바닷가에서 배들이 충돌하고, 갑판 위에서 조선군과 왜군이 섞여 처참한 백병전을 펼친다. 이순신의 전술 그리고 이를 따르는 조선군의 모습, 이순신에게 이를 갈며 덤비는 왜군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61분이 그다지 길게 느껴지는 않는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하나다. 두려움을 떨치고 싸우면 이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순신의 고민과 결단 그리고 실행하는 모습은 실상 편안하게 볼 수 없다. 스스로를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가는 이순신의 행동은 범인(凡人)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순신이 영화를 이끌고 가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그의 고민과 결단, 그의 전술이 영화를 구성하지만, 그 구성의 중심은 민초들이다. 두려움에 떨며 전투를 피하려 했던 백성들이었지만, 이순신이 불러일으킨 용기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도 백성들이다.
그래서일까. 이순신이 탄 대장선을 향해 돌진하는 화약선을 저지하기 위해, 절벽 위에서 자신이 입은 치마와 옷을 벗어 흔드는 백성들의 모습이나, 이순신의 배를 구하기 위해 손이 찢어져 가면서도 밧줄을 끌어당기는 모습은 해전 못지않게 거대하게 느껴진다. 이순신의 고민과 해전에 대부분 할당된 영화의 러닝타임에서 민초들의 삶과 눈물은 짧게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맥(脈)은 관객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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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이순신과 조선 민초들에 무게를 두다보니, 왜군의 존재가 미미하게 느껴졌다.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의 한 명의 무게감에 왜장으로 등장한 류승룡, 조진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