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을 필두로, 배에 숨어사는 인정 많고 사연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분), 선장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행동파 갑판장 호영(김상호 분), 돈이 세상에서 최고인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구(유승목 분), 언제 어디서든 욕구에 충실한 선원 창욱(이희준 분), 이제 갓 뱃일을 시작한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 분)까지 여섯 명의 선원은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을 시작한다.
그러나 망망대해 위에서, 그들이 실어 나르게 된 것은 고기가 아닌 사람이었다. 선장 철주는 삶의 터전인 배를 지키기 위해 선원들에게 밀항을 돕는 일을 제안한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온 수많은 밀항자들, 그리고 운명의 한 배를 타게 된 여섯 명의 선원들. 그 가운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가 몰려오고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 ‘해무’
[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해무’를 봤다면 파마머리에 청잠바를 입고 남다른 비주얼을 뽐내는 선원 한 명이 인상 깊었을 것이다. 멋을 잔뜩 부린 뱃사람 비주얼을 완벽 소화한 배우 유승목이 연기 내공을 과시하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심성보 감독은 “글로 쓴 대사들에 숨 쉬듯 살아있는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놀라운 배우”라며 유승목에 대한 높은 신뢰를 비춘 바 있다. 심 감독의 극찬처럼 유승목은 ‘해무’에서 롤러수 경구 캐릭터로 분해 극한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러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해무’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든 느낌은 “야, 대단하다. 이 작품”이었다. 여운이 남고 감탄이 절로 나왔을 정도로 유승목은 한 순간에 선택으로 인간들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이야기를 팽팽하고 긴장감 있게 그린 ‘해무’에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도 붙었다.
![]() |
↑ 사진=이현지 기자 |
“경구도 평범한 선원이지 않을까. 행동들은 그렇게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순박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경구에 대한 이런 생각에 시나리오보다는 좀 더 순박한 면이 담긴 캐릭터로 선을 잡았다.”
유승목은 ‘경구’에게 애정을 듬뿍 쏟았다. 인물의 색깔부터 비주얼적인 부분까지. 그의 생각을 거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 남다른 비주얼을 뽐낸 것도 유승목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다. 학창시절에 못했던 파마머리에 미련(?)이 있었던 그는 이번 기회에 한껏 뽐낸 것이다.
“경구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분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경구는 시골 어부지만 여자를 밝히고 유흥을 즐겨서 나름대로 멋도 부리고 패션에 대해 신경 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그전부터 파마머리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학창시절에 못했던 머리고 뭔가 파마는 멋을 부리는 느낌이 있지 않냐.(웃음) 분장선생님과 상의 끝에 파마머리로 경구의 헤어를 완성하게 됐다. 현장에서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파마머리를 촬영할 때마다 만졌다. 대충 분장하고 그런 게 아니라 일일이 모양을 만들어주셨다. 완성된 파마머리를 봤는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상의 끝에 결정된 경구의 헤어를 하고, 당시 유행하던 청잠바를 입은 유승목은 제 옷을 입은 듯 배 위에서 날아다녔다. 의상이나 분장은 배우가 맡은 인물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그 역시도 헤어스타일과 의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헤어와 옷을 보면 저절로 걸음걸이나 느낌들이 살아났다”며 웃었다.
![]() |
↑ 사진=이현지 기자 |
“‘해무’가 워낙에 좋은 작품이고, 또 훌륭한 배우들하고 함께하고 좋은 경구의 역할을 맡겨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해무’ 전진호의 선원이 됐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늘 감사하고 행복했다. 배우, 스태프 모두가 식구였다. 상태가 어떤지 눈만 보고도 알았다. 모두가 식구 같은 느낌이었다. 그게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해무’ 촬영 당시가 떠오르는 듯 유승목은 배우 한명 한명을 언급하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해무’를 통해 개인적으로 얻은 바도 언급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 |
↑ 사진=이현지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