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극장가에서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명량’이 개봉한지도 어느덧 44일째다. ‘17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관객을 끌어 모은 ‘명량’은 이제 개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희비(喜悲)를 모두 겪었던 ‘명량’은 무엇을 남겼을까.
◇ 한국영화사를 새로 쓰다
한국영화의 흥행 경쟁이 치열했던 2014년 여름극장가에서 승리의 깃발을 꽂은 영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가장 드라마틱한 전쟁 ‘명량대첩’을 통해 현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며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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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통(通)한 ‘명량’은 결국 한국영화사를 새로 쓰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최단 1100만 돌파(13일), 최단 1200만 돌파(15일), 최단 1300만 돌파(17일), 개봉 18일째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 개봉 19일째 1400만 돌파, 개봉 21일째 1500만 돌파, 개봉 26일째 1600만 돌파, 개봉 36일째 1700만 관객을 달성하며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다 관객 수를 수립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명량’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개봉 31일째인 지난 8월29일 ‘명량’은 1284억8109만0010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영화계 사상 최고의 매출액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 공식통계 기준 1362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매출액 1284억4709만7523원을 뛰어 넘는 신기록이다. 할리우드 영화보다 우세를 보였던 ‘명량’은 압도적인 관객 수로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 경제적 파급 효과도 어마어마
‘명량’은 단순 영화 흥행을 뛰어 넘어 다방면으로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관람에만 그치지 않고 이순신 장군 관련 서적을 찾아보거나, 영화 촬영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영화 속 장면을 더욱 실감 나게 즐겼다.
이는 ‘명량’이 영화 관람 매출뿐만 아니라 출판, 관광, 식품, 금융, 완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잘 만들어진 콘텐츠 하나의 파생 경제효과가 얼마나 커질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명량’의 흥행에 힙 입어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TOP10에 2주간 이름을 올렸으며, 교보문고에서도 1주간 종합 TOP10에 이름을 기록, 8월 전체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11위에 안착했다. yes24에서도 ‘칼의 노래’는 국내도서종합 64위, 문학 26위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해남군과 진도군 등 명량 해전의 배경이 된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나서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섰다. 전라남도청은 오는 10월 명량대첩축제를 열 예정이다. 해남, 진도 주민 1만여 명이 직접 참여해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흥밋거리를 안겨줄 명량대첩축제에서는 축제의 백미인 해전 재현한다. 해전 재현에는 500여 명의 어민들이 100척의 선박을 가지고 나와 판옥선과 왜선으로 직접 치장을 하고 재현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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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 8월13일부터 17일까지 통영 한산대첩축제를 진행한 통영시청 측은 “‘명량’ 신드롬으로 인해 제53회 통영 한산대첩축제에는 전국에서 60만 관광객이 통영을 찾아와 모처럼의 호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 피할 수 없는 스크린독과점의 그늘
‘명량’은 ‘1700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남겼지만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스크린 독과점의 그늘을 피해갈 순 없었다.
개봉 초반 ‘명량’은 최대 1586개의 스크린을 걸었다. 이는 국내 스크린 수 2584개 중 상영관 과반을 장악하는 숫자로, 아무리 높은 좌석 점유율을 보였다지만 성수기인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지는 여름극장가에서 ‘스크린 독식’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어떤 작품은 눈치를 보다 개봉일을 미루기도 했으며, 심지어 기회조자 얻지 못해 빛을 못 본 작품도 생겨났다. 퐁당퐁당 상영으로 관객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작품 또한 존재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지난 11일 214개의 스크린을 걸고 489회를 상영했다. 8월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갯수지만 개봉 1주, 2주차에 접어든 타 작품의 스크린 수와 비교했을 때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영화평론가는 “여름대전은 ‘명량’의 완승이었다. 흥행도 했지만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따라 붙었는데, ‘명량’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적’도 그렇고 ‘군도’도 그렇고 항상 제작사가 극장까지 모두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들 영화가 수익을 낼 수 있고, 극대화될 수 있게 다른 영화는 항상 제쳐두고 극장을 많이 확보한다. 그런 상황에서 관객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수는 너무나 제한적이게 된다. 때문에 성공을 하긴 했어도 영화가 발전적인 어떤 과정에서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승자독식으로 되버린 상황이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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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