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속 배우 진경은 ‘신스틸러’란 수식어에 가두기엔 그 존재감이 많이 커져 있었다. 분명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보다도 더욱 부각되는 진경은 극 중 MSG 사회부 보도부장 송차옥 그 자체였다.
카리스마 있는 기자,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팩트의 가공을 주저없이 선택하는 냉혈한, 그러면서도 모성애를 품은 엄마 등 송차옥의 복잡한 내면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작품에 강력한 흡인력을 만들어냈다. 전작인 KBS2 ‘참 좋은 시절’ 속 철부지 차해주와 또다른 매력이었다.
11일 오후 방송된 ‘피노키오’에서는 최인하(박신혜 분)가 생모이자 상사인 송차옥(진경 분)의 황색 보도로 최달포(이종석 분)의 가정을 박살냈다는 과거를 알게 된 후, 송차옥과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최인하는 송차옥이 강연 ‘팩트는 임팩트’를 들은 뒤 질의응답 시간에 일어나 그의 과거를 폭로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차옥에게 “임팩트 때문에 팩트를 놓친 적 없느냐, 당신의 무분별한 보도 때문에 기호상 가족이 박살나지 않았느냐”고 퍼부었던 것.
송차옥은 즉각 “그건 엄격히 말하면 내 잘못이 아니다. 피노키오 증후군의 잘못된 증언 때문이다. 난 그걸 믿은 것밖에 없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한 뒤였다. 객석은 웅성거렸고 딸의 얼굴에선 환멸의 표정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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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피노키오" 방송 캡처 |
송차옥의 이런 수모는 앞서 “팩트는 임팩트다. 시청자는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기사를 좋아한다”며 자신의 보도 스타일을 당당하게 내세우거나, 경쟁사 YGN 사람들을 무시하는 자신만만한 태도와 반대되는 것이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자신을 저격한 친딸 최인하에게 당혹감과 애틋함이 섞인 눈빛을 보낼 때엔 보는 이에게 짠한 느낌마저 자아냈다. 상황상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였지만 연민을 느끼게한다는 점에서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진경은 이를 위해 전작 KBS2 ‘참 좋은 시절’ SBS ‘괜찮아 사랑이야’ 등에서 촌스럽게 혹은 수수하게 나왔던 것과 달리 화려한 메이크업과 럭셔리한 슈트 차림으로 송차옥 캐릭터를 재현해냈다. 완벽한 발음과 중저음의 톤을 만들어내 백지연, 신은경 등 마치 과거 여대생들의 ‘워너비’였던 여자 아나운서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여기에 명품 연기력은 배우로서 진경을 더욱 빛나게 했다. 딸을 버리고 출세를 택한 엄마로서 죄책감과 스타 기자의 자부심 사이를 오가는 감정선을 눈빛 하나만으로 처리하며 ‘백마디 말보다 낫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이처럼 진경은 장면 하나만으로 작품을 장악하는 ‘신스틸러’를 넘어서 ‘피노키오’의 굵은 스토리 줄기를 좌지우지하는 중요 캐릭터로 탄탄한 자리를 잡았다. 물론 앞으로 활약이 더욱 중요하다. 송차옥에게 복수를 꿈꾸는 기재명(윤균상 분), 그를 저지하려는 최달포, 그리고 최달포를 향한 사랑과 엄마에 대한 애증 사이에서 갈등하는 최인하까지 복잡한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송차옥은 갈등의 핵심에 선 인물이기 때문. 앞으로도 이런 묵직한 존재감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