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제작PD란 영화를 기획하고 금전적인 업무를 맡으며, 인사와 촬영 스케줄 등을 맡는 총괄 책임자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한 회사의 총무과장과도 같은 역할이다.
마치 한 가정의 ‘엄마’ 역할을 하는 직종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영화 ‘국제시장’의 이상직 제작PD는 ‘엄마’라는 호칭에 “부끄럽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하는 일을 살펴보면 한 가정을 두루 살피며 모든 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엄마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황정민 분).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국제시장’은 분장부터 다양한 연령층, 국적을 가진 배우들의 캐스팅 등 개봉 전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시장’의 제작사 JK필름에 소속된 이상직 PD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국제시장’ 이전에 ‘스파이’ ‘퀵’ ‘마이 블랙미니드레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에서도 제작PD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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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작PD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A: 인사와 예산, 스케줄 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죠. 어떤 스태프가 영화에 적절한지, 전체 예산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파악하고 결정합니다. 그리고 촬영 스케줄도 직접 짜야하고요. 항상 영화에 모든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사실 무술팀, 소품팀, 의상팀, 감독님 등 모든 포지션이 중요한데, 이 모든 것을 총괄해야하는 업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제작PD는 모든 면에 신경을 써야하는 만큼, 고충도 많을 것 같은데요.
A: 딱히 고충이라고 할 건 없어요. 고충이라기보다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영화에 대해) 고민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제작PD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제작, 연출팀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테니까요.(웃음)
Q: 제작PD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계기가 있나요?
A: 제 고향이 부산이에요. 지금은 멀티플렉스라고 하지만, 과거에는 고향에 굉장히 큰 극장들이 있었거든요. 성룡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당시에 암표도 엄청나게 많이 팔았던 걸로 기억해요. ‘도대체 뭐 때문에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지’했는데 막상 직접 경험해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영화를 찾아보게 됐죠.
Q: 그렇다면 어린 시절부터 제작PD를 꿈꾼 건가요?
A: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건 26살부터였어요.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죠. 여러 공모전에 냈는데 안 되더라고요. 내 길이 아닌가보다 했죠.(웃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영화 관련 일을 해야했고, 곽경택 감독 밑에서 영화 ‘똥개’ ‘우리형’ ‘태풍’ 등을 함께 했어요.
Q: 어린 시절 영화에 매력을 느꼈는데, 시작이 늦었네요?
A: 대학교는 사실 심리학과를 갔어요. 그런데 대학교 때 본 게 비디오밖에 없더라고요.(웃음)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집에 TV가 안 나와서 비디오밖에 볼 수가 없었죠. 하루에 3편씩 6시간, 총 7200시간을 영화를 본 셈인데 그걸 버리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Q: 심리학과를 나왔는데, 전공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은 없나요?
A: 아쉬움보다 지금 생각하면 심리학과를 나온 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당시 교수님 한 분이 해준 말씀이 있었어요. 정말 와 닿더라고요. ‘모든 학문의 1차적인 목표가 뭔 줄 아냐. 그건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라고 하셨어요. 모든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복지라는 거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학문이라는 거예요.
Q: 이번 작품인 ‘국제시장’을 하면서는 그 1차적인 목표가 잘 이루어졌나요?
A: 만족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4대 보험을 시행했다는 점이에요. 완벽하거나 완전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5월 달에 표준근로계약 협약이 이루어졌는데, 이걸 시작을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시행착오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2000년 중반에는 흔히들 ‘어제는 48시간 촬영했다’는 말들을 했잖아요. 사실 그 말에는 자랑도 약간 섞었던 거예요. 저는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영화 촬영 현장에 4대보험이라니, 생소하네요.
A: 태국이나 체코 등에서 촬영을 했는데, 사실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보다 소득 수준은 더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태국은 드라이버들이 10시간 이상 절대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스태프들이 직접 운전을 하는데, 그곳은 드라이버가 따로 있더라고요. ‘어벤져스’ 팀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도, 드라이버들만 20명이 더 들어왔어요. 우리 나라는 사실 이게 구조적으로 힘든 상황이긴 한데, 이번에 시행함으로써 ‘확’ 바꾸자는 게 아니에요. 서서히 이야기를 나누고, 발전적으로 나가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기대에서죠.
Q: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보이네요.
A: 사실 자기 일이 즐겁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일이니까 하기도 하고, 힘든 일도 있고…. 항상 반반인 것 같아요.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몇 시 출근해서 퇴근하고, 휴가 일정하게 받고. 그런데 저는 조금 자유로운 직업이라고 생각들을 할 거예요. 하지만 전 자유로울 수 없는 파트거든요. 촬영하기 전엔 준비하느라 바쁘고, 촬영 할 때는 당연히 바쁘고요. 또 촬영이 끝나면 후반작업을 해야 하고, 개봉 후에는 인터뷰 등 마케팅의 일환으로 확인해야할 부분도 있고요. 이게 끝이 아니죠. 믹싱, 편집, CG, 색보정도 봐야하고 이 모든 게 끝나면 최종적으로 돈 정리도 해야 하잖아요.(웃음) 출퇴근을 안 할 뿐이지 바쁜 건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인 셈이죠.
Q: 이렇게 쉴 틈 없는 일을 하면서도 ‘영화인’으로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A: 체코 가보셨어요? 태국은요? 전라남도 남원은요? 전주는요? 부산은요? 이번 ‘국제시장’을 촬영하면서 갔던 곳들이에요. 물론 일 때문에 가는 거지만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잖아요. 전 여행 간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놀러 다니는 걸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요. 보통 직장인들은 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 이게 제 직업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전주에 맛있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웃음)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