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그야말로 ‘대세남’이 됐다. 캐릭터의 해피 바이러스를 그대로 전하는 연기에, 잘 생긴 외모와 훌륭한 노래 실력까지. 여성 시청자들의 ‘팬심’을 자극할 모든 요소를 갖춘 이는 바로 배우 변요한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담담하다. “달라질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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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0일 종영하며 전국을 ‘직장인 열풍’에 물들인 tvN 드라마 ‘미생’에서 변요한은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의 입사 동기이자 섬유1팀 신입 사원 한석율 역을 맡았다. 한석율 자체가 ‘개벽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활발하고 눈에 띄는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변요한이 이를 물 흐르듯 잘 표현해낸 덕분에 드라마 첫 출연임에도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지난 3일 방영된 tvN ‘택시 미생 특집’에서는 깜짝 놀랄 만한 노래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미생’에 대한 사랑은 정말 감사하다. 드라마가 사랑받아서 한석율도 사랑받았고, 덤으로 변요한도 사랑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택시 미생 특집’ 때 노래를 부른 것은 막상 무대에 오르니 열심히 하게 된 건데,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하는 게 취미이긴 하다. 하지만 가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웃음) 나중에 훈련을 해서 기량이 되면 뮤지컬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미생’이 그에게는 첫 드라마 작품이다. 2011년 영화 ‘토요근무’에 출연한 후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다 갑자기 드라마 행을 택했다. 필모그래피에 우뚝 솟은 ‘드라마 미생’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변요한은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 때문”에 드라마에 합류하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의 범주 안에 ‘미생’이 정확하게 들어간 듯 했다.
“영화 ‘들개’가 개봉되고, ‘소셜포비아’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여유롭게 있을 때 김원석 감독님께 갑자기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알고 보니 드라마의 캐스팅은 이미 막바지였고, 다른 역할들은 다 정해져 있었던 상태였다. 저는 그야말로 후발대였는데 그럼에도 ‘미생’의 합류를 결정하게 된 건, 드라마의 메시지가 잘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저도 웹툰을 봤고, 웹툰의 후기를 봤을 때 ‘메시지가 확실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신 이유는 영화 ‘들개’에서 보여진 저의 양면성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저의 ‘날것’의 연기가 좋게 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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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변요한은 사실 첫 드라마 투입을 앞두고 “굉장히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변요한이 드라마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스태프와 배우들 덕분이었다. 카메라 감독 또한 영화를 병행하던 감독이었기 때문에 호흡도 잘 맞았고, 시스템이 빠르다는 것 빼고는 “별다를 바 없어”서 조금은 안심을 했단다. 하지만 드라마의 포인트로 자리 잡았던 한석율의 캐릭터를 만드는 이면에는 변요한의 남모를 노력이 담겨있었다.
“촬영 초반에는 제가 촬영이 없어도 일부러 이성민 선배님 연기를 보기 위해 촬영장에 갔다. 선배님의 연기도 보고,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들도 보면서 ‘저런 식으로 하면 되는 구나’ 싶은 것들을 많이 배웠다. 선배님께서 저를 잡아주신 것으로 봐도 된다. 또 상대 배우 분들이 정말 연기를 잘했다. 붙는 순간 말이 필요 없었다. 정말 잘 맞았다. 그래서 더욱 생각보다 드라마를 잘 끝내게 됐다.”
생애 첫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한석율이라는 캐릭터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리드미컬한 대사 처리가 능글맞음을, 제스처 하나가 자신감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한석율이라는 캐릭터는 원작 중 아주 작은 역할에 불과하다. 그 비어있는 캐릭터를 채우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을 터. 변요한은 이를 가리켜 “저 또한 드라마 속 한석율이 궁금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한석율의 ‘2% 부족한 패셔니스타라는 설정’은 원작이 드라마화 되면서 구체적으로 추가된 부분이었다. 그 2%가 뭔지 생각하는 게 참 어려웠다. 고민을 해봤는데 아예 촌스럽게 가버리면 2%가 아니라 48%, 62% 부족한 모습 아니겠나. 그건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답을 얻은 게 ‘깔맞춤’이었다. 벨트와 양말, 벨트와 신발, 타이와 양말의 깔맞춤. 대신 옷은 멀쩡하게. 왜냐, 한석율은 촌스럽고 멋없는 인물이 아니라 제게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니까. 그는 자기만의 멋이 있는 사람이었다. 단발머리도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친구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등장 신에 양말부터 싹 훑고, 넥타이 좌우로 흔들면서 ‘장그래 씨’라고 부르는 것이 그런 고민 끝에 결정된 거다.”
‘미생’의 제작발표회가 열릴 때만 해도 변요한이 이렇게 눈길을 끌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원석 감독의 믿음은 달랐다.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드라마 첫 출연인 변요한과 김대명을 가리켜 “정말 기대가 큰 배우들”이라고 직접 소개까지 했다. 한 작품의 감독에게 큰 기대를 받는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변요한은 “그다지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기대를 한다’는 말은 참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그런 말을 해주신 건 참 감사한 일이지만, 부담은 없었다. 그저 ‘감독님께서 기대를 해주시는구나’까지였다. 저는 누구를 기대시키기 위해 연기하지 않는다. 내 포지션을 잘 지켜 작품에 해가 되지 않고, 다른 배우들에 누가 되지 않게 하고 싶은 게 전부다. 사실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오로지 드는 생각은 ‘드라마가 잘 나올 것 같다’는 것뿐이었다. 제가 덤덤하지 않으면, 그리고 말에 제가 흔들려버리면 절대 연기를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대하면 안 된다. 제자리만 잘 지키며 묵묵히, 조용히 해내면 된다. 그래서 그걸 다 하고 나면 이렇게 인터뷰도 하는 날이 생기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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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
변요한은 빠른 길을 가고 싶지 않아했다. 아버지의 가장 큰 가르침인 ‘빠른 길 말고 바른 길을 가라’는 것을 지키려 노력했다. 천천히, 꼭꼭 밟아 나가고 싶은 그의 욕심은 독립영화를 다수 찍은 필모그래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변요한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인기’였다. 그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제 인기가 높아진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는 제가 인기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생’이 잘 된 거다. 저를 알아봐주시는 건 드라마가 끝났을 때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유명해진 게 아니라 그저 드라마가 잘 됐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저는 아무렇지 않게 동네 커피숍도 자연스럽게 다니고, 음식점도 자유롭게 드나든다. 제가 살던 라이프스타일대로 사는 거다. 드라마가 정말 사랑을 받았고, 그래서 덤으로 나도 사랑을 받는구나 싶을 뿐이다. 그것에 절대 취하거나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제가 인기를 원했으면 20대 초반에 길거리캐스팅 당했을 때 데뷔하지 않았을까(웃음).”
이제 서른인 변요한은 결코 자신의 데뷔가 늦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나 짧은 인생을 살았고, 이제 겨우 역할 하나를 맡아서 표현한 것뿐이라며, 한석율이라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부할 것도, 경험할 것도 많다는 그는 자신을 가리켜 “이제 걸음마 뗐다”고 각오를 다진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변요한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