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케이블채널 tvN ‘미생물’은 공전의 히트작 ‘미생’을 패러디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장그래 역에 임시완 대신 ‘로봇연기’ 장수원을, 오차장 역에 이성민 대신 개그맨 황현희를 기용한 것부터가 웃음이 나는 장치다. 게다가 명장면, 명대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상상력을 더해 ‘B급 코드’로 재탄생시켰다. ‘병맛’을 지향하는 패러디에 매료된 남자, 백승룡 PD에게 스핀오프 프로그램에 관한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Q. 스핀오프 프로그램, 시청률몰이에 효과가 있나요?
A. 당연하죠. 팬들 사이에 원작에 대한 향수가 아직 남아있어서 스핀오프 프로그램 첫회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편이에요. ‘미생물’도 첫회 시청률 3%가 넘었고요. 케이블채널 치고 굉장히 높은 성적이죠. 또한 제작진에겐 원작의 이미지를 더욱 진화할 수 있는 기회고, 팬들에겐 또 다른 선물이기도 하잖아요? 물론 내용에 대해선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아직 패러디 문화가 자리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기인 것 같아요.
Q. ‘미생’ 패러디,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점은 뭔가요?
A. 원작의 본질적인 의미는 꼭 가지고 가자. 패러디를 하더라도 그건 지키자는 게 저희 목표였죠. 패러디를 잘못하면 원작을 망쳤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독특함을 좀 더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병맛’인데 고퀄리티라는 반응도 나오더라고요.
Q.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정말 타이트하게 준비했어요. 지난해 12월 초 ‘미생’ 패러디 얘기가 나와서 같은 달 5일 제가 적임자로 선정됐고, 6일 작가를 소집해서 회의에 들어갔죠. 촬영일이 17~22일 사이였기 때문에 12일 안에 대본 2개가 나와야 했어요. 촬영도 밤샘으로 6일 꼬박 찍으면서 두 편을 완성했죠. 이후 편집과 종편 작업을 거친 후 바로 방송된 거예요.
Q. 총 20부작이었던 에피소드를 단 2회로 줄이기 위해 가장 고려됐던 건 뭔가요?
A. 일단 ‘미생’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리고 명대사, 명장면, 화제가 됐던 장면 위주로 각색했죠. 그리고 장수원을 제외하고 개그맨들이 주로 나왔는데 오히려 개그 연기를 하지말고 정극에 가깝게 표현하라고 했어요. 패러디라서 연기까지 개그맨처럼 하면 가벼워질 게 뻔하니까요. 장수원 씨요? 그냥 열심히 하라고만 했어요. 하하.
Q. 패러디 작업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요?
A. 얻은 건 ‘미생물’로 패러디 문화가 진화했다는 점? 한국 방송가에 아직 없었던 장르였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신 잃은 게 있다면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그걸 못채운 팬들에게 욕을 너무 많이 먹었죠. 하지만 그래도 또다른 콘텐츠를 만들려고 기획하고 있어요. 패러디를 굉장히 좋아하고 연출에 자신있기 때문입니다. 채널의 특징을 살리려면 이렇게 독특한 콘텐츠가 계속 나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