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건 몸뚱이 하나, 믿을 건 싸움 실력뿐인 고아 출신 종대(이민호 분)는 친형 같은 용기(김래원 분)와 함께 넝마주이 생활로 운명하다 우연히 전당대회를 망치러 가는 건달패에 껴 상경한다. 인파 속에 용기와 헤어진 뒤 오갈 데 없는 자신을 거둬 준 길수(정진영 분)와 선혜(설현 분)부녀는 그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다. 건달 출신인 길수는 종대가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종대는 오히려 그들과 함께 잘 살고 싶다는 꿈 때문에 ‘한방’을 노리며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맨 몸으로 뛰어든다. / ‘강남 1970’.
[MBN스타 여수정 기자] 드라마 ‘아이 엠 샘’ 허모세를 비롯해 ‘꽃보다 남자’ 구준표 ‘개인의 취향’ 전진호 ‘시티헌터’ 이윤성 ‘신의’ 최영 ‘상속자들’ 김탄 등 배우 이민호는 주로 여심을 사로잡는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녹여왔다. 강하고 무심한 듯 챙겨주는 ‘나쁜 남자’의 정석으로 한국은 물론 중국 팬들을 들었다놨다했다.
한류의 중심에 선 이민호가 영화 ‘강남 1970’을 통해 진정한 남자로서의 성장을 알렸다. 다소 폭력적이며 거칠고 무섭지만 이를 거뜬하게 소화해내는 그의 모습이 신선하다. 주로 여배우와의 케미를 안겼던 이민호가 이번에는 김래원과 호흡하며 예상 밖의 ‘남남케미’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모조리 방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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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촬영을 끝나고 두 달 반의 여유가 생겼지만 중국 스케줄이 많았다. 때문에 ‘강남 1970’을 위한 완벽한 준비로 촬영을 시작한 건 아니다. 그래서 유하 감독님에게 정말 죄송하다. 그럼에도 감독님이 늘 연기에 대한 조언을 해줬고 나 역시 액션스쿨 선생님을 동원해 호텔에서 틈틈이 연습을 했다. 육제적은 물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주연으로서는 첫 영화이기에 더욱 부담이 컸다. 하지만 감독님과 제작진의 배려 덕분에 편하게 촬영했다.”
‘강남 1970’은 연기한 이민호와 연출한 감독, 관람할 관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민호의 첫 주연작이고 이보다 세고 강렬한 작품은 그의 연기인생에 처음이다. 권상우와 조인성의 뒤를 잇는 배우로 등장하기에 스스로도 부담감이 남달랐을 것이다. 유하 감독의 입장에선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뒤를 잇는 거리 3부작 완결이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을 터. 관객들은 이들의 모든 노력을 알기에 더욱 궁금하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거리 3부작의 완결이라 전작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고 강렬하다. 거칠고 자극적이지만 피비린내 나는 진짜 수컷들의 세상을 담아 흥미롭다. 유하 감독 특유의 연출까지 더해졌으니 감각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강남 1970’의 마지막 장면인 진흙탕 싸움은 유종의 미를 거둘 만 하며, 비 오는 날 검정 슈트를 입고 검정 우산을 든 사내들의 싸움은 남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이 강렬한 만큼 ‘강남 1970’의 첫 장면도 어마무시하게 임팩트 강하다. 바로 넝마주이로 변신한 이민호와 김래원 때문이다. 심하게 부스스한 머리 스타일에 꽤 제제한 충격 비주얼이 놀랍지만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꽃미모와 비율이 돋보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주얼 넝마주이를 탄생시킨 셈이다.
“넝마주이를 촬영할 땐 현장에서 웃지 않았다. 김래원 형과 서로의 모습을 보고 뜨악했다. (웃음) 사실 설득력에 대한 고민으로 우려했던 지점이 넝마주이다. 옷도 최대한 없어 보이는 것으로 골라 입었다. 내가 주로 맡아온 역이 넝마주이와는 정반대이기에 소화할 수 있을까 싶더라. 다행히 길지 않고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주는 정도더라. 영화 전체적인 부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었다.”
“진흙탕 싸움은 일주일 정도 찍었다. 정말이지 퇴비 때문에 냄새와의 싸움이었다. 약 150명이 등장하기에 씻는 것도 힘들었고 계속 흙에 노출되어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소모가 가장 많이 됐다. 액션이 익숙한 이들도 촬영 3일째가 되니 힘들다더라. 오히려 우산으로 싸우는 장면은 2번 이상의 테이크를 가지 않았다. 사실 우산 장면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우산 끝이 뾰족했다더라. 처음에는 겉멋 들린 액션이라 의심했는데 그 말을 듣고 바로 수긍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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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님이 남자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컸다. 이미지 변신이라기보다는 ‘상속자들’ 끝나고 내 안의 남자다움을 꺼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때 ‘강남 1970’ 시나리오를 받았다. 정말 적절한 시기에 잘 만났다. 아마 더 일찍 시나리오를 만났다면 종대 역에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흡을 맞췄던 김래원 형과는 이미지 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이는 감독님 역시 우려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친형제다운 각별한 사이로 시작되기에 오히려 장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정진영 선배는 촬영 내내 짜증을 낸 모습을 본적이 없다. 항상 ‘괜찮다’고 웃어줬다. 정말 대단하다 느꼈다. (웃음) 영화를 촬영하면서 김래원, 정진영 선배와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이전에 이민호가 연기한 캐릭터는 감정을 숨기고 물질적,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주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인물이 대다수였다. 물론 상처는 있었지만 ‘강남 1970’ 속 종대에 비한다면 천하태평이다. 때문에 도전 아닌 도전이다.
“영화에 대한 큰 틀은 유하 감독님이 만들고 난 그 안의 감정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맡은 종대가 감성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더라. 그러나 용기처럼 직설적인 인물이 아니라 답답한 면도 많고 감정을 억누르고 가야되기에. 감정을 내면으로 가지고 가야되기에 힘들었다. 하지만 영등포 입성 장면과 함께 안에 있던 감정을 폭발할 수 있어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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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면역이 돼서 잔인하거나 세다고 못 느꼈다. 메시지를 표현하는 수위에서는 거친 부분이 있지만 내가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해 잘 모르겠다.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코드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궁금했을 법한 강남의 탄생 배경과 시대적인 배경의 관심만 있다면 충분하다. 나 역시 강남은 잘사는 동네이자 비싼 이미지만 있었고 관심이 없었다. 이는 또래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충격적이었다. 논밭이었다니. (웃음) 넝마주이도 이번 촬영 덕분에 알게 됐다. 넝마주이에 적응하려고 촬영 내내 넝마를 매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또한 세트장을 보고 놀랍거나 신세계라고 느끼기보다는 100원, 50원이라는 당시의 가격을 통해 시대적인 차이를 느꼈다.”
현재 이민호는 ‘강남 1970’의 인기를 잇고자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그의 욕심으로는 영화와 드라마 각각 1편에 출연해 스크린과 브라운관 나들이를 동시에 즐기고 싶단다.
“영화 1편, 드라마 1편을 위해 스케줄에 맞춰 차기작을 보고 있다. 영화는 오락 영화나 메시지가 있는 또는 깊이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 이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완전히 풀어진 백수나 양아치를 연기하고 싶다. 20대에 이 같은 역을 연기하는 게 베스트라 생각한다. (웃음) 마지막 20대 앞만 보고 달려야할 때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이현지 기자,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