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뜬금없는 극중 인물을 죽이고, 전개를 엿가락처럼 늘려 연장을 밥 먹듯이 하는 임성한 작가의 특기이자 취미가 또 다시 발동이 걸렸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 여주인공 백야(박하나 분)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조나단(김민수 분)을 이유 없이 죽이면서 ‘임성한식 데스노트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성한 작가의 두 번째 특기인 ‘드라마 연장’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막장으로 악평을 받았던 ‘오로라 공주’와는 달리 초반 임성한 작가의 작품치고 그나마 평범한 막장 같았던 ‘압구정 백야’는 결국 인물의 죽음과 연장을 반복하며 원래의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끝없는 자기복제의 결과일까.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던 ‘오로라 공주’때와는 달리, 최악의 본색을 숨기던 ‘압구정 백야’는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와중에 방귀를 뀌는 장면을 그리는 등 더 기괴하게 변형되고 있다.
조나단이 죽은 이유도 황당하다. 조직폭력배가 화풀이 상대로 조나단을 지목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더 어이없는 건 조나단을 죽인 것이 칼이나 지나친 폭행이 아닌 그저 운 나쁜 사고였다는 것이다. 조직폭력배 주먹에 맞았는데 우연히 넘어지는 곳에 벽이 있었고, 그로 인해 ‘운 나쁘게’ 머리에서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넘어지면서 눈을 뜬 채로 사망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과연 어떻게 넘어지고 벽에 부딪쳐야 저런 불상사가 벌어질까 싶지만, 이곳은 유체이탈로도 사람을 죽이는 ‘임성한 월드’다. 그 모든 것이 임성한 작가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개연성 없는 전개와 뜬금없는 사망, 그리고 어김없이 등장하는 실어증은 ‘혹시나’를 ‘역시나’로 만들며 시청자들의 공감이 아닌 실소를 머금게 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조나단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은하는 오열하면서도 ‘하늘의 뜻이다. 야야 우리 집으로 못 들어오게’라며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돌린다. 어디 그뿐인가. 마치 강화엄(강은탁 분)과 백야의 해피엔딩을 암시하듯, 맹장수술 후 그토록 기다렸던 방귀를 뀌게 된다. 마치 조나단이 죽으면서 방해될 것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리듯이 말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너무나도 섬뜩하다. 방해되는 인물을 죽임으로써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사람의 존재를 방귀를 막는 방해물과 동일시하는 임성한 작가의 사상은 지나치게 무섭고 이상하게 뒤틀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의 과거 작품들을 총망라한 자기복제 작품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엄마를 향해 복수를 하는 모양은 ‘인어아가씨’와 흡사하며, 친모가 키운 양아들과 결혼식을 올리려는 모습은 이를 행하는 대상만 달라졌을 뿐 ‘하늘이시여’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성한 작가는 극중 전개의 반을 차지하는 먹는 이야기, 뜬금없는 노래방 신, 그리고 귀신이 출연하고 각종 미신의 등장, 뜬금없는 종교이야기 등을 또 다시 등장시키며 끊임없이 똑같은 장면과 이야기를 반복해 나가고 있다.
임성한 작가는 그렇게까지 드라마를 통해 할 이야기가 없고, 위에 언급된 장면이 없이는 스토리를 전개시킬 능력이 없는 것일까.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그러면서 임성한 작가는 매번 “아직도 못다 푼 이야기가 많다”며 연장을 요청한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작품에 ‘따뜻한 가족드라마’라고 소개한다.
이제는 본인 뿐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마저 이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입구정 백야’ 임성한 작가에게 ‘언제까지 발전 없는 요상하고 기괴한 세상을 만들 것인지’ 물어보고 싶은 시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