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트라이브’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포스터 유해성 판정을 받았다. 지적받은 포스터에는 알몸으로 마주한 남녀의 모습이 담겨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지만 중요 부위는 철저하게 가려져 있기에 전혀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거기에 ‘소리 없는, 가장 강렬한 언어’라는 문구가 더해져 두 남녀가 수화 중임을 알리기도 한다.
그러나 영등위는 해당 포스터에 대해 선정성을 문제시 삼았다. 그 후 여주인공의 몸을 가린 후 다시 한 번 심의를 받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유해성 있음’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블러 처리된 해당 포스터는 오직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다.
‘님포매니악’에 이어 ‘트라이브’ 역시 오직 한국에서만 해당 포스터가 문제됐다. 해외에선 모두 오리지널 버전으로 버젓이 관객을 만나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김성진 작가의 티저 포스도 유해성 판단을 받아 온라인에서만 공개된다. 이 포스터는 여주인공의 가슴에 남주인공이 파묻혀있다. 두 남녀가 매우 가까이 접촉해 있다는 것과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다는 부분을 제외하곤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없다.
결국 문제시된 두 개의 포스터는 온라인에서만 공개됐고, 오프라인인 극장에선 두꺼운 겉옷을 입고 가방을 맨 채 서있는 남주인공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포스터가 ‘트라이브’ 홍보용으로 개봉 일부터 현재까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5일 “뷰티풀 포스터”라는 찬사와 함께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SNS에 해당 포스터가 소개되기도 했고, 영화제 측은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고, 영화에 딱 맞는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들을 축하하고 싶다”는 코멘트도 덧붙였다. 이는 블러 처리된 포스터에 대한 칭찬이다. 한국은 선정적이라는 판정을 거둬들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블러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극장가에선 해당 포스터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제 측은 포스터 자체에 감탄했고, 블러 마저도 아름답고 영화에 딱 맞는다고 극찬해 전혀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어찌됐던 한국용 포스터로 극찬을 받은 셈이지만, 기쁨보단 좀 더 활짝 열린 시선으로 진화돼야 할 영등위 평가 기준에 일침을 가한다는 쪽이 맞다.
포스터 유해성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고 언급돼 충분히 관객을 이해시키거나, 적어도 포스터만큼은 표현의 자유를 지켜줘 작품의 순수한 의도를 느끼게끔 도와줘야만 한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