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황정음은 솔직하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전하는데 거침이 없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가식도 없고 악의도 없다. 때로는 요령 없이 솔직한 바람에 난감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쩌랴. 그 악의 없는 솔직함이 황정음을 사랑스럽게 해주는 그만의 매력인 것을.
황정음과 인터뷰에서는 밀당이 필요 없다. 질문을 하는 것마다 느끼는 심경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월 진행됐던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제일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변함없이 MBC 드라마 ‘골든타임’을 꼽으며 “권석장 감독님 별로다. 그동안 함께 한 감독님들은 친절했고 사랑스럽게 대해줬는데, ‘골든타임‘ 감독님은 나를 잘 챙겨주지 않고 예쁘게 해주지 않았다. 선균이 오빠도 되게 까칠하다. 물론 배우로서 배울 게 많지만”이라며 거침없이 말했던 황정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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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
어디 그뿐인가 최근 진행됐던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제가 얘기한 그대로 다 기사에 쓰실 거잖아요”라고 말하면서도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진실을 털어놓았던 황정음이었다. 황정음이 말한 그대로만 적으면 자칫 오해나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만, 황정음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이내 알게 될 것이다. 그녀의 솔직함이 얼마나 유쾌한지.
“제 내 인생의 슬럼프 2번 있었어요. 정말 힘들었던 순간은 슈가를 했던 것이고 그 다음은 ‘골든타임’을 촬영할 때였어요. 그래도 저는 그 순간들을 후회하지 않아요. 지금의 황정음을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성장하고 큰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 고생 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2015.3월 황정음과 인터뷰 中)
황정음은 걸그룹 슈가로 연예계에 입성한다. 연예인이 된다는 꿈을 품고 데뷔를 했지만, 당시 슈가의 멤버였던 아유미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 정작 그룹에 대한 인기는 시큰둥했다. 결국 황정음은 슈가를 탈퇴하고 배우로서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다.
탈퇴를 한 이유도 솔직하다. 충분히 돌려 말하거나 화려하게 포장할 수도 있지만, 황정음은 왜 탈퇴를 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룹을 보면 꼭 한 명 아니면 두 명만 잘되더라. 그때는 아유미만 잘 됐고 나는 누구한테 묻히는 게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슈가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슈가에서 탈퇴한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그 때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여전히 황정음은 가장 힘든 순간으로 꼽는다. 물론 ‘골든타임’도 빼놓지 않는다. 정말로 황정음에게 힘들었던 순간이었으니까. 최근 진행됐던 언론과의 인터뷰 당시 황정음은 “그때 멤버들에게 물어보면 똑같이 이야기 할 거다. 다 힘들었으니. 멤버들끼리 사이는 좋았다”며 당시의 힘들었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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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를 탈퇴하고 배우로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준비돼지 않았던 황정음에게 연예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탈퇴 후 MBC ‘겨울새’ SBS ‘사랑하는 사람아’ 등에 출연했지만 돌아온 것은 ‘발연기’ 논란이었다. 결국 그 당시 황정음을 수식하는 단어는 걸그룹 출신 배우 혹은 그룹 SG워너비의 멤버 김용준의 여자친구 뿐이었다.
“돈이 없다. 요즘 일이 없다보니 돈이 없어졌다. 데뷔했을 때 너무 어려서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2009년 5월 MBC ‘우리 결혼했어요2’)
그런 황정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김용준과 함께 ‘우리 결혼했어요2’(이하 ‘우결2’) 출연 제안이 온 것이었다. 그리고 황정음의 연기인생에 있어 ‘우결2’ 출연은 신의 한수가 됐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솔직 발랄함이 이후 황정음의 대표작 중 하나인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2009년 연인 김용준과 함께 ‘우결2’에 출연했을 당시 황정음의 통장 잔고는 고작 487원, 이는 500원이었던 껌을 하나 사 먹기에 무려 13원이나 부족한 상황이었다. 황정음의 통장잔고를 알게 된 많은 이들은 기가 막혀 했고, 어떤 이들은 황정음의 부족한 경재관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이후 황정음은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보여주었던 돈 없고 백없는 청년백수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거기에 ‘우결2’에서 보여주었던 톡톡 튀는 이미지는 ‘지붕뚫고 하이킥’과 맞아 떨어졌고, 이후 본격적인 연기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후 ‘자이언트’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 등에 출연하며 조금씩 연기력 호평을 받게 된다. 황정음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강조한 ‘골든타임’은 물론 본인을 힘들게 했지만 연기력이 한층 성장했다는 칭찬을 듣게 된 시기였다. 힘든 만큼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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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황정음은 2013년 ‘비밀’을 만나면서 비로소 배우라는 꽃을 활짝 피우게 된다. 그동안 밝았던 역할을 연기했던 황정음은 ‘비밀’에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자신에게 복수의 칼을 가는 남자와 지독한 사랑에 빠지는 비운의 여성을 연기하며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황정음은 비극적인 상황이 계속 되는 유정이라는 인물을 눈물 연기부터 분노, 오열, 자학, 격정, 동정 등 요동치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눈물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도 이때였다.
이후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끝없는 눈물연기에 정점을 찍었던 황정음은 ‘킬미, 힐미’를 통해 다시 자신의 장점이었던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그리고 황정음의 귀환은 대성공이었다. 망가질 때는 거침없이 망가지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잃지 않는 황정음표 오리진은 여자가 보기에도 반할 정도로 사랑스러웠고, 자신의 과거를 알고 힘들어 하면서도 화해하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과거 487원이 고작이었던 황정음은 이제 수입형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여배우가 됐다. 회당 출연료도 배우 중 꽤 높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늘어난 건 단순히 재산 뿐 아니다.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하고도 남는, 황정음의 이름만으로도 안방극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대체불가 여배우가 됐다는 것이다.
“제가 ‘킬미, 힐미’를 한 이유요? 당연히 얻을 것이 있어서죠. 저 이래봬도 은근히 계산적이에요. ‘킬미, 힐미’에서 내가 얻을 것이 뭔가, 그건 중국이다. 하고 계산 끝에 결정한 거죠. 뭐 지금 당장 가시적으로 얻은 것이 없지만, 중국에서 ‘킬미, 힐미’ 반응이 좋다니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요”(2015년 3월 황정음과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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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음은 마지막 순간까지 솔직하다. ‘킬미, 힐미’ 출연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중국이라는 답변을 생각한 이는 몇 없으리라. 황정음의 솔직함에 인터뷰 현장은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은근이 계산적이라고 자신을 설명한 황정음은 “‘이건 왜 내가 해야하고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 만약 하지 말아야 하면 왜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수첩에 적어놓고 출연여부를 결정한다. ‘킬미, 힐미’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출연결정을 내린 작품이었다”다고 ‘킬미, 힐미’ 출연에 대해 설명했다.
‘킬미, 힐미’의 김진만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잘 맞냐는 질문에 황정음은 “아뇨. 안 맞아요”라고 쿨하게 답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김진만 감독이 천재라서 자신이 못 알아들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란다.
“김진만 감독은 천재세요. 그래서 제가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때마다 지성오빠가 해석해 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빠도 이해 못했을 때도 많았던 것 같아요.”
솔직해도 밉지 않은 배우, 그리고 자신의 일에 책임지고 일에 뛰어들 줄 아는 배우, 그게 바로 황정음의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싶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