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까지 사로잡은 쿡방의 매력은 다양한 음식을 세련되게 그려내는 연출력에, 재료가 빚어내는 사운드를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요리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완성된 요리의 ‘결과물’ 보다, 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 같은 요건들을 충족시킨 쿠킹무비들 중 꼭 봐야할 영화 5가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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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2007)
‘카모메 식당’은 백야의 나라 핀란드 헬싱키에 작은 식당을 차린 일본 여성 사치에의 이야기다. 일본영화 특유의 느림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영화 자체가 주는 지루함은 굉장히 적다. 평범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연출과 느린 호흡에서 터지는 깨알 같은 유머가 돋보인다. 그야 말로 10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천천히 요리하는 ‘Slow Soul Movie’다.
국내에 시나몬롤이 알려진 데에 ‘카모메 식당’의 영향을 부정하기란 힘들다. 소박하게 내놓은 주먹밥도 인상적이다. 깔끔한 차림을 한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분)가 정성스레 시나몬롤을 말아 굽는 과정에 관객들은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사치에의 요리는 보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이 카모메 식당에서 메인 요리로 내놓은 소박한 일본 음식인 오니기리(주먹밥)도 입맛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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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줄리아(2009)
‘줄리&줄리아’는 시대를 달리하는 두 여인이 요리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성장 영화다. 요리를 소재로 했지만, 요리 장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요리 보다는 여성들의 심리 묘사와 자아 찾기에 집중한다. 프랑스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전설적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1912∼2004)와 그의 요리책을 참고해 만 1년 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524가지 프랑스 요리 도전기를 연재한 줄리 파월(36)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프랑스 음식의 매력보다는 따분한 일상에 지친 두 여성이 각각 요리와 남편의 도움으로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것.
일본 요리 만화나 한국 영화 ‘식객’처럼 음식의 맛을 고상하게 감식하는 장면은 없지만 솔 뫼니에르(버터에 구운 가자미), 뵈프 부르기뇽(부르고뉴산 와인을 넣은 쇠고기 찜) 등 각종 프랑스 요리들을 감상하다 보면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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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2010)
‘달팽이 식당’은 음식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영화다. 주인공 린코가 삶의 굴곡을 겪고 고향에 돌아와 린코의 식당을 개업하게 된다. 이 식당에서 린코의 음식을 통해 방문한 손님들이 일상에서 또는 인생에서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함과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치유의 대상은 비단 손님뿐만이 아니다. 요리사인 린코 역시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말만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자신을 싫어하던 이도 감동하게 만드는 음식의 맛이 문득 궁금해지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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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쉐프’(2010)
‘남극의 쉐프’는 해발 3,810m, 평균기온 -54℃의 극한지인 남극 돔 후지 기지에서 8명의 남자 대원들의 생활을 음식을 통해 그려낸다. 보이는 것이라곤 새하얀 설원밖에 없는 남극에서 유일한 낙은 바로 조리 담당인 니시무라의 요리를 먹는 것뿐이다.
평범한 일본 가정식에서부터 호화로운 만찬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소라면’이다. 식탁에 올라온 따뜻한 미소라면 한 그릇은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대원들의 마음을 다정하게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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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셰프(2015)
‘아메리칸 셰프’는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가 요리평론가의 트위터 썰전을 시작으로 급기야는 해고를 당하고, 푸드 트럭으로 재기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푸드코미디다. ‘빈속으로 절대 보지 말 것’(IGN)이라는 평을 보듯 스테이크, 디저트 케이크부터 파스타, 타코 샌드위치 등 보는 내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나와 관객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영화 속 음식이 정말 맛있어 보이는 것은 음식에 담긴 사연이 설득력 있는 감동을 전해줄 때다. ‘아메리칸 셰프’는 이런 면에서 충분히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일급 셰프가 푸드 트럭을 끌고 전국을 돌며 샌드위치를 파는 장면에서는 샌드위치 조각 하나하나에 깃든 장인 정신과 주인공 가족의 믿음이 조화를 이루며 감동을 선사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