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아이유가 뜻하지 않게 매 주 금, 토요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현재 KBS 2TV 금토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에 출연 중인데, 연기 도전 3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휘말려 매 회 ‘매의 눈’을 가진 시청자들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극중 아이유가 맡은 배역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산전수전 다 겪고 정상의 위치를 달리고 있는 톱가수 신디. 도도함, 까칠함을 넘어서 소위 ‘네가지’ 없는 모습이 종종 비춰지는 인물로 소속사 대표까지 쥐락펴락하는 슈퍼 갑(甲)의 파워를 지닌 캐릭터다.
꽉 찬 스케줄을 소화하지만 매사 무관심한 듯 무표정하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은 혀를 내두를 만 하다. 자신의 매니저는 하인 부리듯 하지만 PD 앞에선 살랑거리고, 카메라가 켜져있을 때와 꺼져있을 때가 다른, 영락없는 ‘캐릭터’다.
평소 아이유가 보여준 친근한 모습과 대비되는 캐릭터여서였을까, 혹은 ‘프로듀사’ 자체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였을까. 첫 방송 후 신디를 표현하는 아이유의 연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쏟아졌다.
실제로 1, 2회에서 아이유는 신디 캐릭터의 성격을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한 의식이 반영된 듯, 다소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덕분에 표정이나 말투 모두 아이유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영락없는 신디가 표현됐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기대이하라는 감상평을 내놨다.
물론 ‘프로듀사’ 자체에 그리 호의적인 평이 나온 것은 아니나 그 가운데서도 아이유에 대한 시청자들의 잣대는 특히나 엄격했다. 1, 2회에 비해 3, 4회차 방송 후에는 분노에 가까운 비난이 비교적 누그러든 분위기지만, 여전히 ‘아이유의 신디’에 대해서는 냉랭한 반응이 크다.
드라마 속 톱스타 캐릭터는 쉽지 않다. 아무리 픽션 속 인물이라 해도, 시청자들은 그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서 캐릭터의 모습을 찾으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디는 누가 맡았어도 부담스러웠을 캐릭터다.
까칠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톱스타인데다 극 초반 4회 분량 내내 신디의 내면보다는 외적인 모습만 주로 표현됐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가 거북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특히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신디의 영혼 없는 미소 혹은 우물거리고 말끝을 흐리는 말투 역시 캐릭터 표현의 일부. 하지만 이는 기존 아이유가 지닌 또랑또랑하고 명랑한 이미지와 너무 달라 신디와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지, 아이유가 신디 역할을 잘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변 인물과의 괴리감도 한 몫 한다. 무엇보다 신디와 맞닿아있는 주요 인물들은 PD들이다. 스펙 자체는 친근하지 않지만 샐러리맨이라는 점에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남흔녀에, 일상성 강한 캐릭터들이라 톱스타 신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친근하다.
더욱이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 역시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으로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연기파들이니, 아이유로서는 캐릭터적으로나 연기자로서나 시청자와 다소 거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겸업’ 연기자이면서 ‘본업’의 아우라가 너무 강할 때 생기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아이유가 가수로서 정상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아직 대중에겐 연기도 곧잘 하는 ‘가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아이유가 처한 위치는, 톱가수 신디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지만 가장 크게 발목 잡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유로서는 연기 자체보다도 외적으로 싸워나가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이유가 지금까지 보여준, 엔터테이너로서의 영민함과 감수성을 떠올리면 이번 논란 역시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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