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쿡방(Cook+방송)’, 스타셰프, 성공적.
올 상반기 예능 판도는 저 세 단어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그만큼 요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넘쳐났고, 이른바 ‘셰프테이너’라는 스타셰프들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등장하는 ‘대세’가 됐다. 브라운관 전체가 요리전문 케이블방송 올리브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너나 할 것 없이 ‘요리’에 빠진 셈이다.
◇ TV, ‘쿡방’+스타셰프 홍수에 노출되다
‘쿡방’ 트렌드는 올 초 케이블과 종편에서 요리 프로그램들을 예능과 접목하면서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프로그램들로 ‘냉장고를 부탁해’ tvN ‘수요미식회’ 올리브 ‘오늘 뭐 먹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냉장고를 부탁해’는 최현석, 이원일, 김풍, 이원복, 샘킴, 정창욱 등 현직 셰프들에 캐릭터를 부여하며 이들을 스타로 띄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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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올리브, tvN |
그 중에서도 최현석, 김풍, 샘킴 등의 활약은 남다르다. ‘허세프’라는 별칭의 최현석은 각종 요리 프로그램은 물론 KBS2 ‘인간의 조건 시즌3’ 등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고, 샘 킴 역시 MBC ‘일밤-진짜 사나이2’ ‘여왕의 꽃’ 특별출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웹툰 작가이면서 독창적인 레시피로 주목받고 있는 김풍도 Mnet 드라마 ‘더 러버’ 특별출연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SBS ‘주먹쥐고 소림사 시즌2’ 새 멤버로 출연을 확정해 새로운 예능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백종원의 존재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그는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에서 요리를 주제로 출연, 큰 인기를 얻자 tvN ‘집밥 백선생’ 올리브 ‘한식대첩3’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또한 ‘SNL 코리아’ 등에서 그를 패러디할 만큼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가히 ‘백종원 전성시대’라 부를 만 할 정도다.
‘쿡방’ 트렌드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놀라운대회 스타킹’ 등 자기 색깔이 뚜렷한 프로그램마저 요리 콘셉트를 차용해 시청자 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쿡방’의 과부하가 걸린 게 아니냐고 비판하며 차별성 없는 제작진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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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KBS, MBC 제공 |
◇ 파일럿·프리선언·그리고 ‘프로듀사’
이외에도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 시도, 아나운서의 이탈 심화, 예능과 드라마 접목한 KBS2 ‘프로듀사’의 성공 등도 상반기 예능의 주요 이슈로 꼽을 수 있다.
이른바 ‘시청자 간보기’용으로 제작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수가 많아져 정규 편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SBS는 ‘아빠를 부탁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썸남썸녀’ ‘불타는 청춘’ 4개의 프로그램이, MBC는 ‘복면가왕’ ‘마이리틀텔레비전’이 2개의 프로그램이 살아남았다. KBS는 ‘나를 돌아봐’만이 정규 편성을 확정했고, ‘레이디 액션’ ‘청춘FC’ ‘대단한 레시피’ 등 파일럿 프로그램 다수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예능과 드라마의 중간 위치에 선 ‘프로듀사’의 선전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수현, 아이유, 공효진, 차태현 등 어마어마한 황금라인업과 박지은 작가, 표민수 PD 등 흥행제조기군단이 뭉친 이 작품은 1, 2회 혹평을 받았지만 이후 상승기류를 타고 무섭게 떠올랐다. 특히 최근엔 시청률 13.4%(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를 찍으며 금요 안방극장 부동의 1위였던 SBS ‘정글의 법칙’마저 집어삼켰다. ‘김수현 효과’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장르가 골든타임에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다.
마지막으로 아나운서의 소속 방송사 이탈 심화도 놓칠 수 없는 상반기 이슈였다.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 러쉬는 지난 1월 오정연이 친정인 KBS에 사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황수경, 김주하, 방현주, 최현정 등 각 지상파 방송사 간판급들도 회사와 결별하며 독자노선을 걷기로 택했다.
여기엔 전현무, 오상진, 박지윤 등 프리선언 이후 장르 경계 없이 다작하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송사 소속이라 활동에 비해 수익이 적었던 점도 사직서 제출에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현재 FA시장에 나온 아나운서들이 어떤 형태로 방송 활동을 이어갈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