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리 357호 대원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된 훈련 속에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무더운 여름과 함께 월드컵의 함성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 경기가 열리던 그날, 서해 한가운데에 포성이 울리는데. / ‘연평해전’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연평해전’이 무사히 개봉돼 관객을 만나기까지는 무려 7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감독 김학순은 이를 위해 7년을 오롯이 투자했고, 개봉까지의 역경을 딛고 외로워도 슬퍼도 작품에 대한 기분 좋은 집착(?)을 이어갔다.
애당초 ‘연평해전’은 배우 정석원과 장성원, 장준학 등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투자사가 변경되면서 촬영이 중단됐고, 촬영 재개가 불확실성한 상황이 계속됐다. 그 후 김학순 감독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다시 촬영을 시작하게 됐고, 김무열과 진구, 이현우가 출연을 확정해 새로운 캐스팅으로 2014년 7월 말 크랭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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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내 인생을 건 영화나 다름없더라.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 먼 곳에 돌아다니다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웃음) 거칠고 많은 일들을 겪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또한 소재 자체가 쉽지 않았고 감독으로서 인간으로서 많은 걸 배웠다. 정말 엄청난 경험을 했는데, 긍정적인 것을 시작해 부정적인 것, 씁쓸한 것 등 모두. 많은 인생 공부도 됐다. 나라의 소중함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연평해전’을 만들다보니 더욱 더 내 나라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되더라. 한 편의 영화 제작기였지만 내겐 인생 공부였다. 예술가의 생활은 별개가 아니란 걸 느꼈다.”
“실화인 것을 떠나서 관객들 사이에서 이 사건이 잊히지 않게 꼭 다뤄야만 했다. 난 원래 하나를 하면, 끝을 봐야하는 성격이다. 끝까지 완성하는 게 중요했다. 제작비 때문에 오래 걸리긴 했지만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제작비가 모이면 시작하자고 생각했었다. 시작은 했지만 투자금을 모으는 게 어렵더라. 때문에 저예산 전쟁영화가 제작될 뻔 했는데 해군들과 국민들이 도와줘서 촬영을 무사히 마무리하게 됐다. 남녀노소, 나이에 상관없이 ‘연평해전’을 위해 힘을 합쳤다. 난 이들을 본적도 없는데 도움을 준 것이다. 정말 고맙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후원이, 아무 조건 없는 후원이 감사했다.”
김학순 감독이 인생을 바친 ‘연평해전’은 보기만 해도 소소한 웃음과 감동, 고마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온 국민이 2002년 월드컵에만 정신을 팔렸을 때, 한쪽에선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만약 김학순 감독이 이를 영화화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을 알고 기억하는 관객들은 극히 드물었을 것이다. ‘연평해전’ 덕분에 어린 관객도 사건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오랜 만에 묵직한 무언가를 안기는 영화가 등장한 것.
“당연히 스코어가 궁금하고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감독이 영화를 잘 만들었다면, 내가 내 역할을 다했다면 입소문은 절로 날 것 같다. 정확한 시물레이션 덕분인지 해상 전투 장면은 생각보다 더 잘나왔다. (웃음) 그러나 관객수라는 건 이미 내 영역을 떠났고 이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 같다. 중요한 건 흥행이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해 알고 끝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2002년 모두가 축구에 열광하고 축제 분위기를 즐길 때 이 사건이 벌어졌다. 때문에 영화를 본 후 죄책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죄책감을 느끼라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일을 기억하고 오랫동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나라에 대한 소중함과 국민,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고마움을 기억해주는 게 유가족과 고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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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병사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료조사도 많이 했다. 가급적이면 정확한 시간대를 조사해 이를 영화에 반영하려 노력했다. 시간대별로 누가 어디로 이동하고, 어느 쪽으로 총알이 날아오는 지 등 모든 걸 신경 써서 시물레이션을 했다.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했다. 해군들이 국경도 지키지만 어선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어민들의 생활까지 지켜준다는 것인데 해군의 역할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다. 이를 보고 관객들이 고마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김무열이 연기한 윤영하와 진구가 연기가 한상국, 이청아가 연기한 최대위는 극과 극 성격으로 작품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무열과 진구가 연기한 배역은 실존 인물이라 최대한 비슷하게 그렸다지만, 이청아의 캐릭터 역시 사실적이다.
“윤영하와 한상국 두 캐릭터가 다르다. 한상국은 인간의 냄새가 나는 뱃놈이다. ‘말을 돌려하지 않습니다’라는 대사가 보여주듯 모든 걸 이실직고 하는 쿨한 성격이다. 윤영하는 배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다. 이청아는 원래 남자였는데 대위 중 여자도 있기에 사실감을 높이고자, 또한 윤영하와의 애틋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여배우를 캐스팅한 것이다. 최대위 역시 두 사람처럼 해군이자,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옷과 특수효과, 배우들 연기 모두 리얼하게 보이길 바랐다. 배우들이 대원으로서 보이길 가장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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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전쟁을 다룬 현대전을, 특히 해상 전투 장면을 다룬 영화를 연출했다는 게 내겐 엄청난 큰 경험이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혜택이 아닌데 말이다. 보이지 않는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지금 행복하고 안전하게 사는 것이다. 잊힌 전투라고 볼지 모르겠지만 잊힌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드러내는 게 창작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난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