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버’ 종영②] ‘옴니버스 드라마’, 새로운 도전과 아쉬운 성공

[MBN스타 유지혜 기자] 옴니버스 드라마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세운 Mnet 목요드라마 ‘더러버’가 훈훈한 마무리로 막을 내렸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Mnet 목요드라마 ‘더러버’에서는 커플들이 이별과 사랑을 겪으며 아파트를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류두리(류현경 분)는 회사 정직원으로 채용됐지만 오도시(오정세 분)는 공채 시험에 떨어졌다. 오도시는 아버지의 병세와 집안 문제로 결국 류두리의 집을 떠났고, 결혼을 하자는 류두리의 프러포즈에도 “난 안정적인 직장도 없고 집안 문제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는 힘들다고 이를 거부했다. 이별을 하는 듯한 두 사람은 결국 류두리의 곁으로 돌아온 오도시의 손을 루두리가 다시 잡으면서 계속 사랑할 것을 암시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 사진=더러버 방송 캡처

최진녀(최여진 분)와 정영준(정준영 분)은 상황이 가장 급변한 커플이다. 정영준이 인기 록스타가 되면서 최진녀는 그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정영준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몰래 부어온 주택청약통장과 혼인신고서를 내민다. 늘 철없이만 보였던 정영준은 최진녀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준비해오고 있었고, 두 사람은 부부로 거듭나 한 아이의 부모가 돼 행복한 일상을 살게 됐다.

박환종(박종환 분)과 하설은(하은설 분) 커플은 가장 안정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별을 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지쳐갔고, 왜 결혼을 하기로 했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박환종은 하설은의 “나 보면 설레고 좋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며 진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파혼을 선택했다. 하설은은 외국인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박환종은 자신의 마음에 더욱 귀기울이겠다는 결심을 하며 끝을 맺었다.

타쿠야(타쿠야 분)는 이준재(이재준 분)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집을 떠났다. 하지만 타쿠야도 처음부터 이준재를 좋아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알고 있었지만 선뜻 함께하지 못했다. 결국 타쿠야는 이준재의 곁을 떠났지만 후에 이준재가 일본으로 떠나 타쿠야 앞에 나타나며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끝까지 현실과 사랑 사이를 잘 그려내며 20, 30대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얻어낸 ‘더러버’는 무엇보다 ‘옴니버스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더러버’는 5분가량의 영상들을 교차 편집하며 4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엮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 그저 나열식이 아닌 하나의 서사구조를 이루며 배치돼 에피소드들이 모여 하나의 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 시도는 상당히 색달랐다. 물론 그동안 옴니버스 드라마는 있었지만 주로 한 시간 안에 15~20분 길이의 이야기 3편 정도를 이은 형식이었다. 하지만 ‘더러버’는 에피소드들의 호흡이 짧을 뿐만 아니라 1회 안에 이런 짧은 에피소드들이 한 커플 당 두 세 개가 삽입되며 이가 교차로 배치됐다.

↑ 사진제공=CJ E&M

분명 생소한 형식이지만 드라마의 김태은 PD는 이를 두고 “‘커플들의 일상적인 사랑을 그려내자’고 했던 기획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만큼 좋은 구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PD는 “일상적인 순간을 그려내는 것이 길게 들어가면 다큐가 돼 버린다. 짧게 그 순간의 재미나 생각할 거리를 그려내고 빠지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하며 옴니버스 드라마 형태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김 PD의 말처럼 드라마의 독특한 구성 덕분에 4커플들의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을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긴 호흡으로 진행됐다면 시선을 잡아둘만한 인위적인 사건이 필요했겠지만 짧게 치고 빠지니 사소한 사건이라도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됐다. 그런 짧은 에피소드들이 서로 이어져 서사를 이룬다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안겼다. 일상적인 주제를 그려내면서도 지루함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구성 방식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부족한 면도 있었다. 일단 드라마 방영 내내 ‘정신사납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빨리 진행되고 바뀌는 구성이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해 더욱 이런 비판을 받기 쉬웠다. 또한 가끔 뜬금없이 진행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큰 서사구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지 웃기기만을 위한 장면이 중반에서는 꽤나 자주 진행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5분은 템포가 너무 빨랐다”고 지적했다. 짧은 에피소드들이 교차 편집된 방식은 좋으나 그 에피소드들의 템포가 지나치게 빨라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진지한 고민들도 때로는 너무 가볍게 전달되고 끝날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 생소한 방식인 만큼 그 방식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초반에는 에피소드의 시간들을 좀 더 길게 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눈에 띈다.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분명 색다른 시도고, 이 시도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비록 아쉬운 성공이었지만 ‘19금’, 동거, 동성애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과 동시에 구성 방식도 파격적인 도전을 한 제작진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옴니버스 드라마의 색다른 묘미와 이해를 시청자에 전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더러버’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공감은 놓치지 않으며 훈훈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