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그룹 Y2K 보컬로 데뷔할 뻔 했어요.”
SBS 김주우 아나운서가 쑥스러운 듯 껄껄 웃었다. 주체할 수 없는 끼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좋았다며 아마 이때부터 그 끼를 알아본 게 아니냐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듯한 이미지에 반하는 매력이었다.
“박지성·김민지 커플 결혼식 때에도 제가 축가를 불렀어요. 김민지 씨와 입사 동기라 워낙 친했거든요. 또 다른 동기 유혜영 아나운서 결혼식 축가도 제가 맡았고요.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더라고요.”
김주우는 ‘엄친아’라는 수식어와 달리 인간미 넘치면서도 ‘허당’ 같은 면이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그를 제대로 꿰뚫어볼 수 있는 여러 키워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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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키워드1. 엄친아, 그리고 훈남
‘엄친아’ ‘훈남’ 등 김주우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를 입 밖으로 내니 얼굴이 빨개진다.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신입 때 SBS ‘강심장’에 나갔는데 제작진이 ‘외계인 스펙’이라는 자막을 넣었어요. 그 뒤에 의도치 않게 그런 수식어가 따라다니더라고요. 정말 학력이나 이력이 훨씬 좋은 분들도 많은데 제가 그런 수식어를 들으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제가 알고 보면 ‘허당’이고 실수도 많이 하는데 ‘토익만점’이라는 수치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완벽주의로 보더라고요. 사실 완벽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 말이죠. 그래도 일면 감사한 부분도 있어요. 신입 아나운서에게 뭐라도 홍보거리가 생긴 거였잖아요? 그땐 다만 날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콘텐츠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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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
키워드2. 외국어의 신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전 잘나가는 영어강사로 활약했다. 또한 2009년부터 여러차례 토익 관련된 책도 집필하며 남다른 외국어 실력을 뽐내기도 해 ‘외국어의 신’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큰 칭찬이라는 듯 손사레 쳤다.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죠. 하지만 전 좋아하는 일엔 몰두하고 그 외엔 허당인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하고 외국인 선생과 홈스테이를 해서 운 좋게 외국어에 눈을 뜬 것 뿐이죠. 다만 영어를 잘하니까 방송 기회가 많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외국인 게스트와 함께 국내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나, 미란다 커 등 해외 스타 인터뷰 기회도 생기고요. 글로벌 시대라 외국어란 도구를 기지니 일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키워드3. 아나운서로서 만족도는?
5년차 아나운서로서 만족도를 물으니 80점을 줬다. 너무 후하게 줬느냐며 긍정적인 성격이라 좋은 점수를 줬다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다.
“그동안 방송하면서 실수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런 게 하나하나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아나운서로서 제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 같아요. ‘내가 가장 각인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뭘까’ 찾고 있는 중이죠. 지금까지는 교양이나 보도 쪽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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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본인 제공 |
키워드4. 김주우가 김주우에게
입사 초기를 상상하라고 하니 고개를 젓는다. 좌충우돌에 눈치 없는 타입이었다며 자진납세했다. 그 당시 김주우 같은 후배가 들어온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냐고 물으니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선배들이 울타리가 돼 줄 테니 경험할 건 충분히 다 해봐라. 포용이 가능한 선에서는 뭐든지 다 해줄게. 이런 말 해주고 싶어요. 제가 무한정 에너자이저라 저희 선배들도 그렇게 부딪히면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줬거든요. 보듬어주고 개성으로 인정해주니 편하게 아나운서로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키워드5. 롤모델
롤모델을 물으니 서슴없이 신동욱 아나운서를 꼽았다.
“아나운서 준비생 때부터 좋아하던 선배예요. ‘8뉴스’를 굉장히 편안하게 진행하더라고요. 그런 편안함이 모든 방송의 기본 아닐까요? 시청자를 대하는 직업이니까요. 물론 뉴스는 사실 정보 전달이 중요하지만 그마저도 편안해야 시청자들이 좋아할거로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정말 닮고 싶죠. 앞으로 꿈도 일면 비슷해요. 뉴스쇼 성격의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꼭 맡아서 정보전달은 하되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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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
키워드6. 가수의 꿈
끼 많은 그에게 영어강사 말고 또 하나 놀라운 이력은 연습생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학교에서 밴드 활동을 할 정도로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고.
“2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어요. 원래 연예인이 꿈이었거든요. Y2K 보컬인 고재근 씨가 탈퇴한 뒤 그 자리에 제가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여러 문제로 무산됐죠. 아니었으면 가수로서 무대에 섰겠죠? 하하. 이후 진로를 탐색하다가 27살 때 ‘사람들 앞에 나를 보여주는 게 좋아서 그동안 연예인을 꿈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부터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키워드7. 버킷리스트
마지막으로 그에게 버킷리스트를 물었다. 34살, 5년차 아나운서로서 안주하지 않고 또 도전하고 싶다는 대답을 내놨다.
“중국어 능력 평가인 HSK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미 외국어 잘 하는데 또 뭘 하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아나운서를 선택한 이유가 자신을 끊임없이 계발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외국어는 기회를 열어주는 유용한 도구인 것 같아요. 또 아나운서로서 제 색깔을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해요. 결혼이요? 아직은 생각 없어요. 하하.”
[김주우는 누구?] 1982년생인 김주우는 서강대학교 경영학 학사를 졸업하고 2010년 SBS 17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발을 내디뎠다. SBS ‘미소코리아’ ‘희망TV’ 등을 진행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으며, 토익 저서인 ‘토익 스피킹’ ‘텅 트위스터’ 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