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성현 기자] 동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은 잔혹해진다.
지난 9일 영화 ‘손님’이 베일을 벗었다. ‘손님’은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그 마을의 기억을 다룬다.
‘손님’은 어린이 동화를 원작을 했지만 어른들을 위해 한층 더 잔혹해졌다. 온 마을을 점령한 수백 마리의 쥐떼가 고양이를 잡아먹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마을에 복수를 하는 주인공 우룡(류승범 분)의 행동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세다.
↑ 사진=포스터 |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모두 잔혹했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의 시작은 지난 2003년 개봉한 ‘장화홍련’이다. ‘장화홍련’은 장화홍련전을 모티브로 했다. 장화홍련전은 계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연못에 몸을 던진 장화와 죽은 언니를 그리워하다가 결국 언니와 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홍련이 매일 밤 원한을 풀고자 사또를 찾아간다는 전래동화다.
영화에서 나오는 계모와 두 자매의 갈등은 동화와 같지만 영화는 여기에 수미(임수정 분)의 환상을 소름끼치는 반전을 추가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당시 ‘장화홍련’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탄탄한 극 전개로 큰 호평을 받으며 전국 누적 관객수 314만6217명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장화홍련’이 계모와 자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2005년 개봉한 영화 ‘분홍신’은 인간의 욕망을 그렸다. ‘분홍신’은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구두’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빨간구두’는 허영심에 눈이 먼 소녀 카렌이 병든 양모를 뒤로 한 채 빨간 구두를 신고 무도회에 가자 구두가 저절로 춤을 추기 시작하고 벗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옥죄어와 결국엔 두 발목을 잘라 저주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 사진=포스터 |
영화 ‘분홍신’은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분홍신에 집착하는 주인공 선재(김혜수 분)과 그의 딸 태수(박연아 분)의 갈등과 구두에 집작하는 이는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2007년에는 ‘헨젤과 그레텔’이 관객을 만났다.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형제가 수집한 독일 동화 중 하나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은 가난을 두려워한 계모가 아이들을 숲속에 버리고 이를 눈치 챈 아이들이 빵 조각을 흘려 길을 표시하지만 결국 실패한 후 마녀가 살고 있는 과자로 만든 집에서 고생하다 결국 마녀를 오븐에 가둬 죽인 뒤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가 아이들을 유혹하기 위해 만든 과자 집을 정반대로 어른들을 유혹하기 위한 아이들의 장치로 바꿨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과거 학대 받은 기억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신 과자 집에 남아 사랑 받기 위해 어른들을 가둔다.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욕망을 잔혹하게 그렸다.
김성현 기자 coz306@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