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대중문화부]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가사만 보고도 절로 멜로디가 그려지는 동심 찬가 ‘어린 시절’. 명랑한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어울린 맑은 감성의 주인공은 후천성 시각장애인 이용복이다.
본인이 가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시력을 잃은 그가 그리는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은 더욱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라는 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용복은 ‘어린 시절’ 외에도 ‘달맞이꽃’, ‘그 얼굴에 햇살을’, ‘3월 4일생’, ‘친구’ 등 다양한 히트곡을 만들어 냈다. 지난 1971년 MBC 10대 가수상 신인상 수상을 시작으로 1972년과 1973년 연이어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하며 1970년대 초반을 그의 곡으로 물들게 했다.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호세 펠리치아노 등 음악계를 수놓은 쟁쟁한 시각 장애 뮤지션들에 비견될 수 있는 인상적인 성공이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 녹음에 참여해 12줄 기타를 연주할 정도로 음악 전반에서 두루 재능을 뽐낸 이력도 눈길을 끈다.
↑ 사진=트로트코리아 제공 |
인기 정상에 있던 이용복은 지난 1974년 자신의 대표곡 ‘어린 시절’을 만들었다. 도입부를 어린 아이의 동심 가득한 목소리로 꾸민 이 곡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1974년에는 이용복이 직접 영화 ‘어린 시절’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이용복의 인기와 이 곡의 반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동심 찬가 ‘어린 시절’은 멜로디는 물론 스타일과 내용까지 외국 곡을 그대로 차용한 대표적인 번안 곡이다. 클린트 홈스(Clint Holmes)의 ‘플레이라운드 인 마이 마인드’(Playground In My Mind)가 그 곡이다.
‘내 마음 속의 놀이터’라는 제목부터,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사용한 부분까지 이용복의 ‘어린 시절’과 거의 같은 톤이다. 클린트 홈스는 이 곡을 쓴 프로듀서 폴 반스(Paul Vance)의 아들 필립 반스(Phillip Vance)와 듀엣 형태로 곡을 녹음했고 동심 공략이 어필하며 성공을 거뒀다.
지난 1972년 7월에 발매된 뒤 23주간 싱글 차트 밖에 머무르면서도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결국 그는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는 반전을 만들어 냈다. 1973년에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던 최고의 인기곡을 이듬해 이용복이 번안해 국내에서 히트시킨 것이다.
같은 시기 동심을 가득 담아 주목 받은 곡을 한 곡 더 꼽아 볼 수 있다. 1960년대를 풍미한 바비 빈튼(Bobby Vinton)이 그 주인공이다. 바비 빈튼은 1974년 자신의 아들과 함께 부른 ‘딕 앤 제인’(Dick And Jane)을 발표했다. 해당 곡은 동심 공략에 성공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미권 싱글차트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는 따뜻한 감성이 어필하며 국내 라디오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았다.
동심어린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어필한 곡들을 통해 이런 공통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동심을 공략하면 빵 터지는 스매시 히트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지만 잔잔하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을 수 있다 점이다. 이용복도 ‘어린
글 / 이용지 (대중음악평론가, 코머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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