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영화 ‘베테랑’은 코믹 영화다. 그러나 동시에 관객들의 ‘분노 게이지’를 교묘하게 조정한다. 황정민-오달수를 주축으로 한 광역수사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웃다가도, 유아인-유해진과 비리 경찰들이 나올 때면 자연스럽게 입에서 은근한 욕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확 치우치지는 않는다. 류승완 감독의 영리함이다.
‘베테랑’이 대중의 인기를 끄는 요인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분석은 ‘대리 만족’이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경찰의 본분을 다하며, 재벌들 힘에 쩔쩔 매는 경찰들을 향해 “야 쪽 팔린 줄 알아”라고 일갈하는 황정민은 분명 대중들의 원하는 ‘진정한 경찰’의 모습이다. 그런 경찰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고, 돈 없는 이들을 우습게 보는 재벌 3세 유아인의 범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하고 나선 모습에 ‘시원하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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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서며 “영화니까 가능하지”라는 관객들의 말은, 역으로 생각하면 현실에서 애초 이러한 상황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물건 하나 훔친 가난한 이들에게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경찰들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그 엄격함을 무제한 덜어내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들이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대사로,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더욱 핍박하는 장면으로 그려졌다.
때문에 우리는 앤딩크레딧 이후에 나오지 않을 장면을 쉽게 상상하게 된다. 여러 죄목으로 재판으로 받으러 가는 유아인과 유해진은 어느 순간 특별사면 등의 혜탹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너무 쉽게 전망할 수 있다. 웃고 즐기며 때론 ‘분노 게이지’를 올렸던 ‘베테랑’이 주는 마지막 감정이 ‘씁쓸함’인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많은 경찰들이 여전히 일선(一線)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재벌들도 모두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이들은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안 찾아도 사회에 자주 등장해 우리의 ‘분노 게이지’를 올려준다는 점이다.
한 누리꾼은 ‘베테랑’ 관련 기사에 “개념 없는 재벌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