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유아교육프로그램은 1981년 MBC의 ‘뽀뽀뽀’를 시작으로 1982년 KBS의 ‘TV 유치원’, EBS의 ‘딩동댕 유치원’ 등이 소개됐다. 이중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TV 유치원’과 ‘딩동댕 유치원’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시즌4로 돌아온 ‘TV유치원’은 그동안 기존 한국의 유아교육프로그램이 각종 언니들을 동원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힘써왔던 특징을 넘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방식으로 토론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교감’과 ‘공감’에 방점을 둔 ‘TV유치원’은 참여형 놀이가 담긴 코너를 통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적극 출연시켜 시청자들에게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TV유치원’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KBS 정효영 PD가 전하는 ‘TV유치원’의 모든 것을 들어보자.
Q. ‘TV유치원’을 새롭게 개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이유가 있는지?
A. 5년 전에 ‘TV유치원’ 프로그램을 하다가 최근에 다시 ‘TV유치원’을 맡게 됐는데 이번 개편을 다르게 해보려고 했던 이유는 기존과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래된 프로는 아무래도 관행대로 해오던 게 있다. 역사도 오래되고 스태프도 오래되고 그런 게 있는데, 사회가 바뀌고 교육 방법도 바뀌고 있어서 이 부분에 맞춰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옛날엔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가르쳐주고 해야 했다면 요즘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 졌다. 스스로 배울 수 있고 관찰할 수 있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해 이런 점이 담긴 코너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Q. 시즌4의 특징 중 하나는 ‘무대본’으로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A.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른 MC가 없고 아이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무대본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무대본으로 진행하게 됐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다. 또 한 부분은 제작적인 측면인데, 아이들과 스케줄을 맞추는 부분이다. 아이들의 컨디션과 녹화 일정을 적절하게 맞춘 중간 지점에서 가려면 무대본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대본을 외우는 게 불가능하다. 대본을 외워 와야 하고 연습해 와야 하는데 아이들에겐 연기라는 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부분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힘든 부분이 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이 있을 수 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일을 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기 때문에 녹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을 담아 보여주는 게 훨씬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무대본은 위험한 일이였다. 방송 분량이 안 빠질 수도 있는 거고 아이들은 찍다가 졸리면 자버리거나 울거나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분량이 안 나올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잘 해주고 있다.
Q. ‘무대본’ 진행 방식은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덜 주고, 제작진 입장에선 더욱 자연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A.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면 프로그램이 이상해지고, 프로그램을 위해서 진행하면 아이들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부분에 굉장히 힘을 많이 썼다. 그 두 가지를 잡을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Q. 이번 시즌에는 부제가 붙지 않았다. 부제가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A. 개편을 거듭하고 있는데 부제보다는 ‘TV유치원’ 브랜드 가치를 생각했다. 개편할 때마다 부제가 바뀌는 게 주객이 전도된다고 할까. 어쩔 땐 부제가 강조되는 격이 있다. 프로그램 브랜드를 지키고 가치를 높여보자 해서 부제를 안 붙이게 됐다.
Q. 한 회를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녹화 시간은 얼마 정도인가.
A. 코너마다 다른데 1~2시간 걸리는 것도 있고 좀 더 걸리는 것도 있다. 아이들 컨디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2주에 1번 씩 찍는데, 녹화가 아이들에게 부담되지 않게 많이 신경 쓰고 있다.
Q. 캐스팅 기준이 궁금하다.
A. 아이들 스스로 보여줘야 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자기표현을 잘하는 아이들을 꼽았다. 사실 촬영 환경이라는 게 낯설고 어려운 환경이다. 모르는 아저씨에 모르는 기계들이 많아서 긴장하고 얼음이 될 수 있는 환경인데 아이들이 처음 봐도 말 잘하고 끼가 있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삼아 캐스팅했다.
Q. 이번 시즌엔 언어, 수학, 과학, 철학 등 놀이로 풀어낸 코너가 더욱 다양해졌다.
A. 사실 다양한 코너를 만들려면 굉장히 힘은 든다. 재미도 있어야하지만 교육적으로 의미도 있어야한다. 엄마들의 눈에도 들어야하고 자문도 잘 받아야한다.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시청자에게 필요한 걸 다 만들어서 보여주겠다고 한 것도 있다. 아이들은 길어야 10~20분 정도 집중해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려고 초점을 맞춘 부분도 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화하는 시간을 맞춰볼까 싶어서 한 코너를 10분 이내에 끝내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코너도 더욱 다양하게 많이 필요했다.
Q. 다양한 코너를 진행하다보니 그만큼 전문가의 참여도 높겠다.
A. 굉장히 다양하다. 대학 교수님처럼 큰 애기를 해주시는 분이 계시고 현장에서 아이들이 테이프를 못 뜯으면 뜯어주는 선생님도 계시고 아이를 달래주는 담당 선생님, 아이들을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 미술 선생님 따로 등등 다양하다. 아이들을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게 전문가를 다양하게 많이 섭외했다.
Q. ‘TV유치원’의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체조송이다. 이번 시즌의 체조송은 무엇인가.
A. ‘올드앤뉴’라고 해서 오래된 것 중에 인기는 지켜나가고 바꿀 건 바꿔나가면서 하는 게 오래된 프로그램의 생존 비법이라고 생각했다. 옛날 노래를 모아서 편곡을 새로 했다. 안무도 새로 했더니 더 재밌더라. 추억의 노래라고해서 엄마들도 좋아한다.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중독되는 맛도 있다.
Q. ‘TV유치원’만의 장수 비결을 꼽자면.
A. 어린이프로그램 만드는 게 굉장히 힘들고 테가 나지 않는다. 인기 연예인이 나오고 시청률 잘나오고 호응이 잘나오고 하면 스태프들도 힘이 나서 하는데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간대도 안 좋다. 여기 와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정말 이게 좋아서 하는 거다. 그 시너지의 힘으로 가는 것 같다.
Q. 이번 시즌만의 강점은?
A. 교육적인 강화와 어린이가 손님이 아닌 주인이라는 점이다. 참여와 아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다.
Q. 이번 시즌에는 다문화 어린이들도 출연한다.
A. 다문화 인식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하는 게 이번 시즌 목표 중 하나다.
Q.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A. 어른이 되다보니까 아이들의 마음이나 언어를 정확히 이해를 못할 때 쉽지 않다. 제작 환경에서 예산의 문제 때문에 아이들의 스케줄을 온전히 따라주고 싶은데 그게 안될 때 어려운 부분이 있다.
Q. 반면 희열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어려운 제작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잘 해주면 너무 좋다. 너무 예쁘고 녹화가 다 끝났는데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너무 좋다. 7살 아이를 두고 있는데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가영상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편이다. 아이가 가장 좋은 시청자다.
Q. 마지막으로 시청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아이들은 일단 재밌는 걸 보고 싶어 하고 부모 같은 경우 TV를 아예 멀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매체라는 게 적당히 활용하면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TV라는 걸 어떻게 활용할 건지를 생각하고 TV를 아이와 같이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보통 아이를 TV 앞에 앉혀놓고 다른 가사일을 하는데 그것보단 같이 보며 대화를 하고 TV에 소개된 아이템을 가지고 함께 놀이도 했으면 좋겠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