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딸바보’란 단어는 SBS 박찬민 아나운서를 두고 나온 것 같았다. 마치 세 딸을 멋지게 키우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의 모든 레이더는 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향했다.
“아나운서로선 웬만큼 다 해본 것 같아 원이 없어요. 다만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애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 연기하는 민하가 훌륭한 작품을 만나는 것, 이게 제 지금의 버킷리스트죠. 저 혼자만을 위한 버킷리스트는 재미없는 것 같아요.”
‘멋진 남자’보다 ‘다정한 아빠’를 택한 박찬민 아나운서의 가족 사랑 철학을 들어봤다.
↑ 디자인=이주영 |
◇ 키워드 총평 : 박찬민, 이런 아빠 어디 없다!
키워드1. 한국의 샤라포바를 꿈꾼다
박찬민의 첫째 민진과 둘째 민서는 모두 테니스 꿈나무다. 지난 2013년에 민하를 비롯한 세 자매가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2014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의 볼키즈(Ball Kids) 홍보대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만큼 딸들의 진로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
“민진이와 민서가 최근 국제 테니스대회를 나가려고 했는데 못나갔어요. 앞으로도 계속 테니스로 성공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려고요. 전 절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진 않아요. 우리 세대는 공부 하나만 하면서 살았잖아요? 윤택하지 못한 삶을 산 거죠. 대학가기 위해 오로지 공부만 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집, 학교, 학원을 오가며 보낸 거예요. 공부외엔 딴 건 못하게 됐고요. 근데 좋은 대학 간다고 잘 사는 것 아니잖아요? 우리 애들은 나처럼 살게 하지 말자라는 생각에서 테니스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자기 꿈도 이루면서 땀 흘려 돈과 명예, 모두 잡을 수 있는 게 예체능이더라고요. 제 꿈이요? 아이들이 윌리엄스 자매처럼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하는 거요. 물론 욕심이지만 큰 그림을 만들어야 작은 꿈도 이룰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키워드2. 내 인생의 로또, 박민하
셋째 민하는 배우로서 활동 중이다. SBS ‘붕어빵’에서 아빠와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던 그는 2011년 MBC ‘불굴의 며느리’로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SBS ‘야왕’ ‘미세스캅’ MBC ‘금 나와라 뚝딱’ 등 여러 작품에서 열연을 펼쳤다.
“제 인생의 로또가 바로 민하예요. 정말 태몽으로 로또 맞는 꿈을 꿨거든요. 이젠 ‘박찬민의 딸’이 아닌 박민하로 알려지고, 또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게 정말 흐뭇해요. 물론 이전엔 예능프로그램에도 많이 나오긴 했지만, 전 딸이 작품에서 연기하는 게 더 좋더라고요. 지금 ‘미세스캅’에서 김희애 씨 딸로 나오고 있는데 극중 엄마로서 애환도 다뤄질 에정이라 우리 민하 분량이 더 커질 것 같아요. 민하가 워낙 어려서 유명해진 게 부담스럽냐는 질문도 받는데 본인이 워낙 좋아하고 경쟁심도 있어서 큰 신경은 안 쓰여요. 이제 좋은 소속사를 만나서 멋진 배우가 되도록 잘 만들어줘야죠.”
↑ 사진=본인 제공 |
키워드3. 로또 추첨 방송
박찬민 하면 로또 추첨 방송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2년부터 ‘생방송 브라보 나눔로또’를 진행해오다 김환, 고예슬 등 후배들에게 MC 자리를 넘겨줬지만, 여전히 ‘로또’ 검색어에는 그의 이름이 붙는다.
“절 많이 알려준 프로그램이라 굉장히 소중하죠. 한때 800억 광풍이 불어올 정도로 로또 열풍이었는데, 그 로또 중계로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잖아요? 초대 MC로 오랫동안 진행했으니 제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죠. 그게 굉장히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로또 사냐고요? 아이고~많이 사죠. 직장인이 일확천금 벌 수 있는 게 그것뿐 아닌가요? 하하.”
키워드4. 사회초년병 박찬민
남자답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그는 내성적이지만 의견을 피력할 땐 직설적인 성격이라 답했다. 신입사원일 땐 이런 천성 때문에 관계가 힘든 경우도 많았다고.
“제 약점이 낯을 좀 가린다는 거예요. 스포츠 중계를 할 때에도 이런 점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죠. 모니터링 해보니 제가 해설자와 잘 안 맞으면 별로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방송이란 건 친한 사람끼리 해야 잘되는 거잖아요? 어쩌면 지금 우리 후배들도 박찬민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하하. 전 조직생활에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성격도 거침없는 편이었거든요.”
키워드5. 직설적인 불도저
그렇다고 회사 생활에 아쉬운 점은 없었다고 했다. 만족지수 80점을 주며 나름대로 즐거운 생활이었다고 회상했다.
“제가 성격이 불같아요. 그런데 아나운서는 방송도 중요하지만 결국 조직이라 사람관계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예전엔 타협하는 걸 잘 못했던 것 같다. 입사할 당시 저도 예능 프로그램할 기회가 많아 더 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점이 절 좀 막았던 것 같아요. 친화력이 있는 성격이고, 사람을 조금 더 보듬어줬다면 성공적인 조직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조금 남긴 해요. 반면 저희 후배들은 대부분 잘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조언을 한다면 조직에서 먼저 잘해야 하고 주위를 내 사람으로 만들라고 전하고 싶네요.”
키워드6. 성공보단 ‘우리 가족’
그는 회사 생활에선 아쉬움이 남아도 가정에 있어선 100점 남편이었다. 그 역시 가정과 아내, 세 딸에게 올인하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
“제가 저의 성공을 위해 집중할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나 자신을 버리고 가족에 올인하는 게 더 재밌는 걸요. 직장인들 대부분 회식도 많이 하고 늦게 들어가지만, 전 술 마시는 게 재미없고 그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애들과 강아지 5마리 키우는 게 더 좋다니까요. 그게 제 삶의 낙이예요.”
[박찬민은 누구?] 197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SBS 8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입문했다. 이후 ‘좋은아침 플러스 원’ ‘백세 건강시대’ ‘생방송 브라보 나눔 로또’ 등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고, ‘붕어빵’에서 딸들과 함께 나와 박민하라는 스타2세가 탄생되기도 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